(서울=연합인포맥스) 금융위원회가 5%룰을 개선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현재 상장 주식을 5% 이상 보유한 투자자는 지분 변동 등을 5일 이내에 상세히 공시해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 배당 관련 주주 활동이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변경 등은 경영권 영향 목적이 없다고 판단되면 보고 의무가 완화될 예정이다. 금융위는 관련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내년 1분기 중 시행한다.



이런 조치는 작년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금사회주의', '관치 경제'라는 융단폭격을 맞으면서 이미지가 나빠졌다. 특히 연금사회주의는 우리 사회에 퍼져 있는 '레드 콤플렉스'를 부추겼다. 결국 연금과 기관투자자 등이 지배주주로부터 경영권을 빼앗고, 실제 기업을 통제하려 한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쌓는 역할을 했다.



주주권 행사의 목표는 돈을 맡긴 신탁자를 위한 장기적인 주주 이익의 극대화다. 이런 관점에서 주주권 행사를 장려하는 측은 '경영권'이라는 단어부터 합리적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법에 나오는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이라는 표현 자체가 정당한 주주의 권리 행사를 기업 지배권의 변화를 목적으로 하는 공격적인 활동으로 오인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은 개념적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경영을 할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되는 듯한 오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중립적인 용어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박유경 네덜란드 공적연금 운용공사(APG) 이사도 우리나라에서는 경영권을 신성불가침의 권리로 본다며 우리나라에만 있는 이 단어를 쓰지 말고 대신 '지배권'을 쓸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기업 지배권 장악이라는 오해가 불식된다면 주주로서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활동은 더 많이 요구되는 시대다. 기업이 환경(E), 사회적 투자(S), 지배구조 개선(G)을 의식하면서 이익을 추구한다면 지구온난화, 소득 양극화, 세대·계층갈등 등으로 얼룩진 우리 사회가 좋아지는 방향으로 갈 수 있어서다. 한 가지 바람을 보탠다면 혁신 정신이 약해진 기업에 기관투자자, 연금 같은 금융자본의 활동은 자극제가 될 수 있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새로운 생각이나 발명을 기꺼이 성공적인 혁신으로 전환하려는 사람이 기업가라고 정의했다. 다른 말로 하면 불확실성 속에서도 투자를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으로 볼 수 있겠다. 이런 의미라면 고령화로 늙어가는 대한민국에서 기업가의 활동이 더 활발해져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금리 하락으로 돈값이 떨어지는 데도 기업은 현금을 계속 쌓고만 있으니 말이다. (자산운용부장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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