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가파르게 치솟는 국제유가가 국내 채권시장에 미칠 파장에 참가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가 급등이 물가 상승을 촉발해 금리 인하 기대를 약화할 것이라는 전망과 안전자산 선호를 강화해 롱재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17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전일(미국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5%가량 폭등한 배럴당 62.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도 비슷한 시간 14.6% 폭등한 69.20달러를 기록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시설 피폭 이후 지정학적 위험이 격화되면서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확대된 영향이다.

서울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물가 경로를 통한 유가 상승의 파급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공격적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배경에는 디플레이션 우려 등 물가 부진이 자리하고 있는데, 물가가 오르기 시작하면 금통위의 다음 행보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A 자산운용사의 채권운용본부장은 " 유가 급등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채권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지금은 유류세 지원도 끝나 유가 상승 영향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도 근원물가는 높은데, 낮은 유가 영향으로 헤드라인(소비자물가)이 2%가 안 됐다"며 "유가가 오르면 2%를 넘어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유가 급등은 당장 이날부터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망에 영향을 주고 있다.

CME 패드 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 반영된 연준이 이번 주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35.4%를 나타냈다. 한 달 전에는 0%, 1주일 전에는 5.4%에 불과했지만, 이번 주 들어 빠른 속도로 커졌다.

FOMC가 신중한 행보를 보인다면 금통위의 다음 행보도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유가 상승이 국내 채권시장에 강세 재료로 작용할 것으로 보는 시장 참가자들도 있다.

지정학적 위험 부각에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져 채권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실제 전일 미국 금융시장에서도 안전자산 선호가 나타났다. 10년물 국채금리가 5.18bp 급락했고, 주가는 소폭 하락한 모습을 보였다.

국내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유가 급등 충격이 가해지는 점도 채권시장 강세를 예상하는 배경이다. 유가 상승이 경기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어서다.

B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원유수입국인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유가 상승은 경기에 부정적이다."며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유가까지 치솟으면 경기 하방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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