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올해 상반기에만 1조원 넘게 발행된 원유 파생결합증권(DLS) 투자자들이 국제유가 급등 소식에 오히려 반색하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인기리에 판매된 원유 DLS는 올해 들어 국제유가 하락세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며 해외금리 연계형 DLS와 함께 불확실성이 커졌다.

하지만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에 대한 예상치 못한 공격으로 국제유가가 내년 상반기까지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커지면서 투자자들도 안도하는 모양새다.

18일 예탁결제원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발행된 원유DLS는 1조412억원이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는 5천697억원, 브렌트유는 4천715억원이다.

이들 발행물량의 60%는 지난 6월에 집중돼 있다.

WTI는 지난 4월 배럴당 66.40달러로 연중 최고점을 경신한 뒤 한 달 만에 20% 넘게 급락했다. 브렌트유도 지난 5월 73.89달러를 기록한 뒤 한 달 새 비슷한 낙폭을 보였다. 이에 국제유가 바닥을 확인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며 6월 들어 원유DLS 발행이 폭증했다.

시중은행 중 원유DLS를 판매한 곳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국민은행이다. KEB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은 판매하지 않았다.

WTI와 브렌트유 가격이 핵심적인 기초자산이지만, 일부는 변동성을 줄이고자 S&P500과 유로스톡스50 등의 지수를 넣어 파생결합펀드(DLF)와 파생결합신탁(DLT) 이름으로 판매했다.

상품 만기는 총 3년으로 3~6개월마다 조기상환이 가능하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시장 상황에 따라 10번 안팎의 수익 실현 타이밍을 잡을 수 있도록 했다. 상환 확률을 높이기 위한 설계다.

원유 가격의 최저 베리어(Barrier)는 대부분 55~65% 선이다. 가입 시점보다 원유 가격이 반 토막 가까이 떨어지지 않으면 연 3~7%의 수익이 보장된다.

하지만 지난 5월부터 글로벌 경기 침체, 이른바 'R의 공포'가 확산하며 국제유가가 급락하자 원유 DLS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지자 지난 8월을 기점으로 시중은행은 원유 DLS 판매를 중단했다.

은행권은 원유 DLS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최근 DLS 사태에 연동된 공포일뿐 상대적으로 해외 금리연계형 상품보다 안전장치가 많다고 평가한다. 상품의 만기가 길고 조기상환 베리어가 더 촘촘해서다.

실제로 그간 대부분의 원유DLS는 조기 상환됐다. 내년 상반기까지 우리은행을 중심으로 일부 상환 대기 물량이 남아있지만, 베리어 진입에도 여유가 있다.

특히 지난 14일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원유시설 피폭 이후 WTI가 14.7%나 급등하는 등 당분간 국제유가가 상승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긍정적이다.

이미 골드만삭스는 원유공급 차질에 따라 브렌트유가 배럴당 75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티도 미국과 이란, 사우디아라비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그간 과소평가된 만큼 당분간 유가의 추가 상승을 예견했다.

한 시중은행 PB센터 관계자는 "일부 불안해하던 투자자들도 최근 급등 재료로 안심하는 분위기"라며 "내년 상반기까지 조기상환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은 국제유가 상승국면이라 신규 판매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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