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200원을 뚫고 올라갔던 지난 8월, 금융통화위원들이 환율에 대해 어떤 진단을 내렸는지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18일 한은이 전일 공개한 '2019년 11차(8.30일 개최) 금통위 의사록'에 나타난 금통위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위원들은 대체로 원화가치 하락에도 한국의 대외건전성 및 대외신인도는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원화가치 하락과 외환 당국 개입에 대한 위원들의 의견은 다소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원화가치 절하에 대한 평가

국내외 경제 동향 및 평가 부분에서 두 번째로 발언한 한 위원은 원화 가치 절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예전보다는 덜하지만 환율 절하가 거시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여전하다"며 "현재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물가 오름세는 낮아지고 있으며 경상수지 흑자는 줄어드는 상황에서 그간의 환율절하가 거시경제의 안정 차원에서 충격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최근 여러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의사록의 외환·국제금융 및 금융시장 동향 부분에서 A 위원은 "현재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환율 상승이 거시경제에 다소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도 "최근 여러가지 대내외 여건이 불안한 상황에서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외환 당국이 보다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위원별 의견 개진에서 첫 번째로 의견을 말한 위원은 "통화가치의 하락이 해당 국가의 수출경쟁력과 물가 상승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고려하면, 경기둔화 국면에서의 환율 절하는 경기와 물가에 대한 하방 리스크를 일정 부분 완충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반면 대외건전성이 확보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금융 불안과 경제의 후생손실로 귀결되는 사례가 많았다"며 "현재 우리의 대외건전성은 상당히 양호한 수준으로 보이지만, 경상수지 흑자가 감소하고 외채 비율도 상승하고 있어 관련 지표에 대해 지속적인 경각심을 갖고 모니터링해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외환 당국 개입에 대한 엇갈린 의견

외환 당국의 개입에 대해서도 금통위원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A 위원은 "최근 대내외 여건이나 과거 위기 경험을 감안하면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 리스크에 대한 외환 당국의 대응은 불가피하다"며 "경상수지 흑자인 상황에서 외환시장 불안이 나타났던 사례도 여러 차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나 유로존 재정위기, 중국발 금융 불안 당시 대외불안 심화와 더불어 환율이 큰 폭으로 절하됐다"며 "대외 여건 악화 속에 우리 경제의 어려움이 컸다"고 설명했다.

한편, B 위원은 "외환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에 대응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최근의 원화 약세가 우리 기초경제여건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는 것일 수 있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최근 위안화 포지션을 가진 해외투자자 등이 헤지 목적으로 달러-원 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를 활용하고 있다는 시장의 평가가 있다"며 "외환 당국으로서 시장 움직임에 대응할 때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에 관련 부서는 "그동안 외환 당국은 시장의 전체적인 흐름은 수용하되, 대외여건의 급변에 따른 심리 불안과 그에 따른 쏠림을 완화하기 위해 안정화 노력을 기울인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틀 안에서 외환시장의 역학관계 변화 등에도 유의하며 적절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C 위원은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경험을 돌이켜보면 우리나라의 건전성에 문제가 없더라도 국제금융시장의 여건 악화에 따라 금융회사들이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그 결과 환율이 급등한 바 있다"며 "테일리스크를 항상 경계하고 취약한 부분은 없는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인플레이션 타게팅을 하는 중앙은행의 관점에서는 환율 변동성 확대에 대한 경계뿐만 아니라 환율상승의 거시경제적 효과도 감안하는 균형 감각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중국 위안화 관심 커져

중국 위안화 환율 변동성에 관심을 가지는 위원도 많았다.

D 위원은 "외국은행 국내지점의 총자산과 우리나라 단기외채에서 중국계가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향후 중국경제가 불안해질 경우 무역뿐만 아니라 금융 경로를 통해서도 우리나라가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 홍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중국계 외은 지점의 외화 조달 및 운용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고 분석해달라"며 관련 부서에 당부했다.

환율 변동성 축소 방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위원도 있었다.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위원별 의견 개진에서 첫번째로 의견을 말한 위원은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을 통한 수요진작이 환율 변동성 축소에 더 기여할 수 있다"며 "원화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저하, 일본 수출규제, 그리고 중국경제의 리스크 확대 등에 의해 다소 절하된 새로운 균형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화가 중국 위안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일부 활용되면서 환율 변동성까지도 확대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재정정책은 외환시장과는 상대적으로 무관하게 수요를 진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s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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