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과제로 270MW급 개발…R&D에 1조 투자

5번째 독자기술 보유 국가…10조 수입대체 효과 기대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지난 18일 기자가 찾은 두산중공업 창원 본사에서는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의 국산화를 눈 앞에 둔 임직원들의 기대감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두산중공업이 개발 중인 대한민국 최초의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독자모델은 현재 제조 공정율이 약 95% 수준이다.

두산중공업은 연내 사내 성능시험에 돌입할 예정으로, 시험에 성공할 경우 한국은 미국과 독일, 일본, 이탈리아에 이어 해당 기술을 보유한 5번째 국가에 당당히 오를 수 있게 된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2013년부터 정부가 추진한 한국형 표준 가스터빈 모델 개발 국책과제에 참여해왔다.

그러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다.

이날 목진원 부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당초엔 내부적인 기술 개발이 아닌 인수 등을 통해 관련 기술을 확보할 생각이었다"며 "이에 이탈이아 등의 업체와 인수를 논의했지만, 전략 자산 등을 이유로 이탈리아 정부에서 반대하며면서 딜이 무산되기도 했다"고 했다.

이는 두산중공업이 자체적으로 1조원 규모의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입하며 독자개발로 전략을 수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어 목 부사장은 "경쟁사들은 과거에 제트기를 개발해보지 않은 업체가 가스터빈 개발에 나서긴 무리라고 조언하기도 했다"며 "그만큼 어려운 기술을 국내의 모든 지혜를 모아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이번 국책과제에는 21개의 국내 대학 뿐 아니라, 4개의 정부 출연 연구기관, 13개의 중소·중견 발전사 등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이번에 두산중공업이 개발한 DGT6-300H SI 모델은 출력 270㎿, 복합발전효율 60% 이상의 대용량·고효율 터빈이다.

부품 수만 4만여개에 이를 정도여서, 가스터빈은 '기계공학의 꽃'으로 불리기도 한다.

특히, 터빈에는 450개가 넘는 정교한 블레이드(날개)가 달려 있는데, 블레이드 한 개가 중형차 가격과 맞먹을 정도다.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하는 만큼 초미세먼지 배출은 석탄 발전의 8 분의 1에 불과하고,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배출도 3분의 1 이하로 관리할 수 있어 친환경 운전이 가능하다.

가스터빈의 경우 1천500℃ 이상의 가혹한 운전 조건을 금속이 제대로 견뎌낼 수 있는 지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이에 두산중공업은 이를 위해 초내열 합금 소재 기술 등을 활용해 이 부분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첫번째로 방문한 고온부품 공장에서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1천500℃를 견딜 수 있는 금속은 거의 없다"며 "이에 니켈 베이스의 금속을 활용해 녹는 점을 1천450℃ 수준으로 높였다"고 전했다.

추가로 금속이 받는 열을 낮추기 위해 금속 내에 냉각홀을 넣는 방식과, 세라믹코팅을 활용에 연소가스가 금속에 닿는 것을 막는 기술들도 총동원됐다.

이를 활용하면 실제로 금속이 받는 열은 950도 수준으로 낮아진다.

터빈은 복잡한 고온용 부품을 구현하는 '정밀 주조 기술' 외에도 '축류형 압축기 기술'과 '연소기 기술', 압축기와 연소기, 터빈을 조합시키는 '시스템 인테그레이션 기술' 등을 조합한 최고 난이도의 기계기술 복합체다.

이종욱 두산중공업 기술연구원 상무는 "발전용 가스터빈은 항공기 제트엔진을 모태로 출발했지만 최근 급속한 발전을 이뤄냈다"며 "이번에 개발한 270㎿ 모델에 적용한 일부 기술은 항공용 제트엔진의 기술도 넘어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두산중공업이 이번에 공개한 모델은 한국서부발전이 추진 중인 500㎿급 김포열병합발전소에 공급돼 2023년부터 상업 운전에 들어간다.

이외에도 두산중공업은 후속 가스터빈 모델인 380㎿급과 100㎿급의 중형 모델의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국내 발전소에서 운영되고 있는 가스터빈 149기는 전량 해외 제품이다.

가스터빈의 구매비용과 유지·보수, 기타 비용 등을 합산하면 이미 12조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된 상황이다.

2017년 말 발표된 8차전력수급기본계획과 노후 발전소, 선탄발전소의 리파워링을 고려하면 가스터빈이 필요한 신규 복합발전소는 18GW 수준으로 전망된다.

두산중공업은 이를 통해 약 10조원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유지·보수 등 후속 서비스를 고려하면 시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후속 부품 서비스 등의 향후 관리가 수익성이 높은 분야다"며 "과거 잉크젯 프린터가 프린터가 아닌 잉크 판매로 수익을 올렸던 것과 비슷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적극적인 수주 활동을 통해 2026년까지 가스터빈 부문의 매출을 3조원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를 위해 두산중공업은 미국 플로리다와 스위스 바덴에 별도의 R&D 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지난 2017년에 미국에서 가스터빈 핵심 부품에 대한 정비, 부품교체 등의 사업을 운영하는 DTS를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두산중공업은 1천억원을 투자해 창원 본사에 정격부하 시험장을 준공하기도 했다.

이 시험장에서는 3천개 이상의 센터를 통해 가스터빈의 진동과 응력, 압력 등 전반적인 사항을 모니터링한다.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은 "가스터빈 개발로 그간의 포트폴리오 확대 노력이 하나의 결실을 맺었다"며 "지속적인 변화화 혁신을 통해 다른 분야에서도 의미있는 결과를 내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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