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유력후보 부재로 제3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전이 '김빠진 잔치'가 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와 금융권에서는 흥행부진 원인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ICT 기업들은 대주주 자격요건 등 여전히 까다로운 규제장벽을 흥행부진 이유로 지목하고 있는 반면 금융권에선 낮은 사업성이 오히려 문제라는 지적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다음 달 10일부터 15일까지 제3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상반기 예비인가 심사에서 토스뱅크와 키움뱅크 컨소시엄이 모두 탈락한 만큼 이번에는 신규 인터넷은행을 출범시켜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의지가 강하지만 현재까지 참여 의사를 확실히 밝힌 유력 후보는 없는 상태다.

유일하게 예비인가 도전을 공식화한 '소소스마트뱅크 준비단'은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인가 조건을 갖출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 컨소시엄은 소상공인연합이 주도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ICT 업계와 금융권 안팎에선 인터넷은행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먼저 ICT 기업들은 업계의 눈높이를 맞출 만한 규제 혁신이 없는 한 선뜻 인터넷은행에 도전하려는 업체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터넷은행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나서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했지만, 이 정도로는 ICT 업체들이 인터넷은행 사업에 뛰어들 만한 유인이 되지 못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에서 추가적인 완화를 기대하는 규제는 까다로운 대주주 자격 요건이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대주주가 되기 위해선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공정거래법·조세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ICT 업계 관계자는 "ICT 업종 특성상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없는 업체를 찾기는 상당히 어렵다"며 "과거 불공정행위를 문제 삼게 되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할 수 있는 ICT 기업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의 경우 KT의 공정거래법 위반건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무기한 중단되면서 자본확충의 길이 막혀 있다"며 "다른 ICT 기업들도 운 좋게 인가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KT와 비슷한 처지가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토스뱅크가 지난 5월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심사에서 탈락한 이유였던 자본 안정성 문제도 논란거리다.

토스뱅크는 컨소시엄을 꾸리면서 한화투자증권, 알토스벤처스, 굿워터캐피털 등을 주요 주주로 영입했다. 한화투자증권 외에는 재무적투자자(FI) 위주로 컨소시엄을 구성하다 보니 자본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가 지난 18일 "금융당국이 수행 불가능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며 증권업과 인터넷은행 진출 포기를 시사한 것도 이런 평가에 대한 불만이란 해석이 나온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토스를 비롯한 스타트업에서 성장한 기업들은 벤처캐피탈을 통한 자본조달이 익숙하지만, 금융당국에서는 이런 자본조달 방식을 불안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이런 시각차를 좁히지 못하면 앞으로도 토스 같은 기업이 인터넷은행에 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승건 대표도 지난 3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벤처캐피탈 주주들의 투자여력은 금융위에 제출한 서류에 다 나와 있다"며 "자본력은 충분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금융권에서는 규제보다는 인터넷은행의 사업성 자체가 떨어지는 것이 더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카카오뱅크가 고객 1천만명을 달성하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인터넷은행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는 게 이들의 견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의 사업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면 규제 장벽이 있어도 도전 의사를 밝히는 기업들이 줄을 설 것"이라며 "흥행 열기가 식은 것은 인터넷은행 진출을 고려했던 금융사와 ICT 업체들이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을 선점한 카카오뱅크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신규 인터넷은행들은 더 공격적으로 영업을 해야 한다"며 "도전하는 곳이 없다는 것은 그만한 비용을 감당할 만한 곳이 없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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