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우유업계의 영원한 라이벌로 50년간 경쟁 관계를 이어온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의 운명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매일유업은 사업 다각화로 꾸준히 격차를 벌리며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한 반면, 남양유업은 2013년 남양유업의 대리점 갑질 사건을 시발점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해 성장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매일유업 주가는 전일 종가 기준으로 9만6천300억원을 기록,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매일유업 올해 들어서 주가는 20% 넘게 올랐다.

국내 식품주가 내수 경기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매일유업의 선전이 두드러진다.

반면 남양유업은 같은 날 주당 49만5천500원으로 전일 대비 3천500원(0.7%) 하락했다. 남양유업 주가는 올해 들어 20% 이상 하락한 상태로 52주 신저가다.

올 상반기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의 실적도 희비를 갈랐다.

매일유업의 상반기 매출액은 6천8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74억원으로 36% 급증했다.

저출산 등으로 성장이 정체된 우유·조제분유 시장 외에 커피·유기농 등 성장하는 시장으로 수익원을 확대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고수익성 제품인 커피음료와 곡물 음료, 상하목장 매출 성장이 매일유업 수익률 개선을 이끌었다.

매일유업은 분유와 커피 제품을 중심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데, 2016년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지난 2년간 고전을 거듭하자 올해는 이전 수준 이상으로 회복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경쟁사와의 시장점유율 격차 확대와 판매가격 인상 효과로 매출과 수익성이 모두 호조를 보였다"며 "특히 커피음료와 곡물 음료는 매출액 상승률이 10%를 넘고, 영업이익률도 10%대 초중반까지 상승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반면 남양유업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매출액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5천억원대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3% 감소한 18억원에 그쳤다.

2분기만 보면 영업이익은 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3% 급감했다.

우유와 분유 내수 판매가 부진한 것이 발목을 잡은 데다 공장 신설, 강남 신사옥 이전 및 설비·연구개발 투자 비용 확대 등이 영향을 줬다. 신사업 발굴의 일환으로 뛰어든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백미당 매장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도 부담을 줬다.

업계에서는 여러 논란으로 회사 이미지가 실추되면서 이미지 회복이 더디다는 점 또한 실적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2013년 지역대리점에 우유 물량 밀어내기를 했다는 음성파일이 공개되며 사회적 파장이 일었다. 당시만 해도 두 회사의 매출액은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갑질 논란이 불매 운동으로 번지면서 실적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창업주 외손녀로 알려진 황하나의 마약 파문 등 회사 경영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이슈가 끊이지 않으면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인 매출원인 흰 우유 수요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체 시장 등 변화된 환경에 얼마나 빨리 대처하느냐가 중요한 시점"이라며 "업계 2위인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의 시장점유율 싸움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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