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상황에 구속되기 않기 위한 전략

시장과의 오해 축소…행보 유연성 극대화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기술에 통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이하 현지시간) 평가했다.

파월 의장은 1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준이 언제 추가로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충분히 했다고 생각할 때"라고 답변했다.

WSJ은 파월의 이 발언은 포르노 정의와 관련한 미국 대법관 포터 스튜어트의 유명한 발언 "봐야 안다(I know it when I see it)"를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스튜어트의 발언은 그만큼 명확히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직접 보게 되면 판단할 수 있다는 의미일 때 차용된다.

파월의 답변 역시 사안의 불명확함(imprecision)을 전달하는 동시에 구체적 상황에 구속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고안된 표현이라고 WSJ은 평가했다.

실제 파월은 기자회견 내내 연준의 다음 행보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힌트를 주지 않았다. 오히려 답을 교묘히 피하는 데 능수능란했다.

예를 들어 연준의 다음 행보와 관련해 어느 방향으로 기울어있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하나의 결정을 내린 것이며, 그것은 연방기금금리를 25bp 내린 것이다"라고 답변하는 데 그쳤다.

파월이 다음 행보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것은 경제에 주된 위험이 되는 미·중 무역전쟁 자체가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WSJ은 그러나 더 큰 목적은 파월이 말을 적게 함으로써 오해의 여지를 줄이고, 경제와 무역환경의 변화에 따라 연준 행보에 유연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간 파월의 너무 구체적인 발언은 시장에 오해를 불러일으켜 역풍을 맞은 바 있다.

일례로 초기에 "중립 금리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한 발언이나, 대차대조표 축소가 "자동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해 시장을 요동치게했다.

WSJ은 파월의 그간 발언은 틀린 진단이거나 혹은 크게 오해를 줄 만한 것도 아니었지만, 시장은 파월의 대답이 원하는 것이 아닐 때 혹은 여러 이벤트로 상황이 바뀌었을 때 파월의 발언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과거 중앙은행 총재들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게 최선으로 여겨지던 때도 있었다. 영란은행은 비공식적인 모토로 "설명하지 마라, 사과하지 마라"가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는 1990년 연준 의장과 지역 연은 총재들이 금리 결정 이유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하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금리 결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이 같은 소통은 선제안내(포워드 가이던스)'로 발전했고, 기자회견 방식 등을 통한 광범위한 설명, 금리 경로에 대한 전망치나 차트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는 때로 너무 많은 소음을 유발했다.

투명성으로 인해 시장 전망이 연준의 결정에 부합할 때는 더 나은 효과를 낳았지만, 시장이 연준의 말을 오해하거나 예상과 다른 결정이 나올 경우 시장은 타격을 입었다.

WSJ은 파월이 투명성과 모호함 사이에서 적당한 균형을 찾고 있다며 향후 행보에 대해 명확해지거나 혹은 시장이 연준을 심각하게 오해했을 경우 파월은 다시 선제안내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매체는 연준이 입을 다무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그렇다고 가능한 일도 아니라며 대중은 1980년대보다 연준에 더 큰 투명성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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