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올해 들어 유가증권 투자규모를 큰 폭으로 늘리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몰려드는 예수금에 비해 대출을 늘리지 못하면서 여유자금으로 유가증권 투자를 늘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은행연합회 경영공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카카오뱅크가 투자한 유가증권 규모(장부가 기준)는 3조7천171억원에 달한다.

이는 작년 2분기 말(1조2천434억원)과 비교해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총자산이 9조6천597억원에서 19조722억원으로 2배 정도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증가세다.

국채 투자가 2조8천836억원으로 가장 비중이 컸고, 사채(4천975억원)와 금융채(3천36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은행권에서는 카카오뱅크가 단기간에 유가증권 규모를 급격하게 늘린 이유로 수신과 여신의 불균형을 지목했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예수금에 비해 대출금이 늘어나지 않자 일정의 고육지책으로 유가증권 투자를 확대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카카오뱅크의 지난 6월 말 기준 수신 규모는 17조5천735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62.5% 급증했다. 반면 여신 규모는 9조826억원에서 11조3천276억원으로 24.7%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 결과 카카오뱅크의 예대율은 64.5%까지 떨어졌다. 예대율은 예수금 잔액 대비 대출금 잔액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로, 예대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자금 운용이 비효율적이란 것을 의미한다.

시중은행들은 90% 후반대의 예대율을 유지하고 있고, 지방은행들도 예대율이 90%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문제는 카카오뱅크가 예수금 속도 조절을 위해 수신상품 금리를 낮추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으나, 수신과 여신의 불균형 문제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대율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예수금에 대한 이자 비용 부담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올해 상반기 카카오뱅크의 이자 비용은 1천9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8.7% 급증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유가증권 투자를 늘리더라도 대부분 안정적인 국채나 금융채에 투자할 수밖에 없어 기대 운용 수익이 크지 않다"며 "대출을 늘려 예대율을 높이지 않으면 수익성 부담은 점점 가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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