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미국 재무부가 금리 하락의 이득을 보기 위해 초장기물 국채를 발행하고 싶어하지만 월가 채권 딜러들은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신문은 "재무부가 만기 50년인 초장기물 국채를 때때로 발행하면 수요는 있겠지만 그것은 정례적인 30년물 수요를 빨아들이는 것일 것"이라며 "그럴 경우 정부는 연간 거의 2천억달러 규모로 발행되는 30년물 국채의 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월가 딜러들은 게다가 16조달러에 이르는 부채 규모를 고려했을 때 재무부가 50년물 국채 발행으로 아끼는 이자는 미미한 수준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딜러들은 초장기물 국채가 사업적으로 위험하다고 인식하기도 한다.

TD시큐리티즈의 제나디 골드버그 국채 전략가는 "미국 초장기물 국채는 이미 부담스러운 대차대조표에 더 큰 스트레스를 줄 수 있고 트레이딩 부서에도 압박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은 내년에 50년 만기 국채의 발행을 매우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금리에 50년 뒤 상환해야 할 자금을 묶어두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지난 8월 미국 재무부의 예산 부족(budget gap) 규모는 2012년 이후 처음으로 1조달러를 넘어섰다. 예산 전문가들은 이 격차가 앞으로 몇 년간 계속 증가 추세에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무부는 이 같은 상황에서 금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했고 그중 하나가 초장기물 국채 발행이다.

미국은 이번 달 말 끝나는 이번 회계연도에서 이자 비용으로 사상 최대인 5천386억달러를 지출했다. 미국 정부의 부채 만기는 평균 약 6년으로 1980년대 이후 약 1년 정도 늘었을 뿐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평균 만기가 약 4년으로 줄어든 후 저금리 환경을 이용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초장기물 국채 옹호론자들은 국민들의 세금이 절약된다고 주장한다. 50년 또는 100년 만기 국채를 발행하면 현재의 저금리에 이율을 확정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특정 시점에 금리가 오르더라도 리파이낸싱을 위해 단기 채권을 찍을 필요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듀크대학의 캠벨 하비 금융학과 교수는 "미국 정부는 더 자산운용사나 투자자 같은 정신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재무부에는 혁신이 없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제로 금리 혹은 마이너스 금리가 확산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이율이 높은 미국 국채는 수요가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딜러들은 만기가 2~30년 사이 미국 국채의 4분의 1 조금 더 넘는 수준을 담는 데 그쳤다.

이는 미국 정부가 관련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06년 이래 가장 낮은 비중이다. 지난 2013년에는 절반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감소폭이 큰 셈이다.

신문은 "딜러들의 국채 매입 비중이 줄어드는 것은 갈수록 투자자들 사이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며 "투자자들은 점점 딜러를 통해 국채를 매입하는 대신 직접 재무부 입찰에 참여하려 한다"고 말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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