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올해 정기국회에서 복합쇼핑몰도 강제로 휴무하도록 하는 법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통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소비가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된 현실을 반영해 규제가 형평성 있게 재정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회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이날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제5차 당정청 민생현안 회의를 열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 대책에 대해 논의한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남인순 최고위원 등 정치권 인사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정승일 산업부 차관 등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해 중점처리법안에 대한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유통업계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무분별한 복합쇼핑몰 방지법'이다.

을지로위원회가 지난 18일 발표한 9대 민생입법 과제에도 포함된 이 법안은 복합쇼핑몰의 주말 의무휴업으로 영업시간을 제한하도록 유통산업발전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상 3천㎡ 이상 면적을 가진 대형마트는 기본적으로 매월 공휴일 중 2일 강제 휴무, 영업시간 제한 등의 규제를 받는데 이를 백화점, 아울렛은 물론 스타필드와 같은 복합쇼핑몰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 개정안은 정부의 상생·공정경제를 대표하는 법안으로 분류되며 연내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앞서 을지로위원회는 26일 대정부질문을 시작으로 열리는 20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이 법안을 포함한 9대 민생입법과제를 통과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은 대기업 계열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으로부터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2012년부터 대폭 강화됐다.

그 결과 대형마트의 수익성은 2013년 정점을 찍은 후 지속해서 악화됐다. 여기에 쿠팡 등 빠른 배송 등을 앞세운 온라인으로 소비자들이 빠르게 옮겨가면서 이제는 생존을 고민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올 2분기 이마트는 299억원 영업손실로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고, 롯데마트도 어닝 쇼크 수준인 339억원의 영업적자 냈으며 공시 의무가 없는 홈플러스도 수백억원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개인 신용카드 사용액 가운데 전자상거래·통신판매 사용액이 일평균 2천464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3.0% 증가했지만, 마트와 편의점을 포함한 종합소매 부분 개인 카드 사용액은 2천203억원으로 반기 기준으로 처음으로 역전됐다.

업계는 오프라인 영업 규제만 강화한다고 해서 재래시장 등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주말에 마트 문을 닫으면 전통시장에 가는 게 아니라 온라인에서 새벽 배송 등으로 식자재를 쉽고 편하게 구매하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대기업 계열 대형마트 관계자는 "전통시장 살리기라는 애초의 법 취지가 무색해졌는데 오프라인 유통업 규제만 강화한다니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며 "복합쇼핑몰의 경우 문화나 미식을 즐기는 여가생활을 위한 장소인데 결국 소비자 불편만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내년 초 총선을 앞두고 표심에 조직화된 힘을 보여주는 소상공인 단체 등만 의식해 정치적 논리로만 풀어가려 하고 있다"며 "새로운 환경을 반영해 유통 규제를 재정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주말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소상공인에게도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규제를 적용하고 있는 대형마트의 경우 공간 대부분이 대기업이 직접 운영하고 있지만, 복합쇼핑몰 내 점포 대부분은 자영업자들이 임차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집객 효과를 기대하고 막대한 투자 비용을 들여 입점한 자영업자들은 매출에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사업장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한 복합쇼핑몰 관계자는 "복합쇼핑몰은 쇼핑뿐 아니라 여가생활을 즐기기 위한 공간으로 소비자의 삶의 질 문제와도 연결된다"면서 "정부는 소상공인들의 가장 큰 적이 복합쇼핑몰이 아니라 온라인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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