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현대차그룹이 자동차업계 미래기술의 핵심인 완전자율주행 분야에서 시장 판도를 흔드는 '게임 체인저'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한다.

20억 달러(한화 약 2조3천900억 원)에 이르는 과감한 베팅을 통해 자율주행 분야에서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닌 시장의 판을 흔드는 '개척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내 보였다.

현대차그룹은 23일(현지시간) 미국의 액티브社와 공동으로 40억 달러 규모의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핵심 계열사들이 모두 참여해 현금 16억 달러와 자동차 엔지니어링 서비스, 연구개발 역량, 지식재산권 등 4억 달러 등 총 20억 달러를 합작법인에 출자한다.

현대차그룹과 앱티브의 지분은 50대50으로 구성되며, 이사회도 동수로 구성해 공동경영을 한다.

연산 30만대 규모의 해외공장을 건설하는데 약 1조 원 정도가 투입되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 현대차그룹의 투자 규모는 2개 완성차 공장을 건설하고도 남을 정도의 과감한 베팅이다.

현대차그룹이 외부 업체에 투자한 액수 중 역대 최대 수준이다.

전통적 완성차 업체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는 현대차그룹의 의지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규모 투자인 셈이다.

완성차 업체로서의 생산 기반을 갖춘 현대차그룹은 이번 투자를 통해 앱티브의 세계적 수준인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고서 '궁극의' 미래기술인 완전자율주행 플랫폼을 완성하고,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시점은 앞으로 3년 뒤인 2022년에 맞췄다.

자율주행은 자동차 산업은 물론 모빌리티 업계의 패러다임을 대전환시킬 최고의 기술로 꼽힌다.

자동차 업계가 IT 업계와의 짝짓기를 통해 자율주행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거는 것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판가름 짓는 중요한 핵심 요소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앱티브와의 합작법인 설립 이유를 '인간중심에 기반하는 완벽한 이동의 자유(Freedom in Mobility) 실현'이라고 내세운 것도 자동차 산업의 미래 종착점이 자율주행에 놓여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세계 톱 수준의 기술력있는 기업을 직접 인수하지 않고 합작법인 설립이라는 우회로를 택한 것은 우수한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더욱 수월하고, 시장의 '생태계'를 조성하고 이끄는 데 더욱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자율주행 개발을 위해 자동차와 IT 업계의 '합종연횡'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완성차 업계와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모델이다.

다만, 단순히 협업 단계에 머무는 느슨한 형태를 선택하는 대신에 공동경영이라는 구속력 있는 협업을 택한 것은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플랫폼을 만드는 동시에 상용화 단계까지 추진하면서 시장 생태계를 선도하겠다는 포석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최적의 정공법을 통해 조기에 자율주행 기술을 선점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단순히 공급받는다면 근본적인 자율주행 솔루션을 확보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개방형 운용체제(OS)인 구글 안드로이드에 사실상 예속돼 플랫폼 가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방증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앱티브와의 합작법인 설립을 "인류의 삶과 경험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자율주행기술 상용화를 목표로, 함께 전진해나가는 중대한 여정이 될 것이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앱티브와 현대차그룹의 역량이 결합된다면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해 글로벌 자율주행 생태계를 선도해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그간 자율주행 분야 기업들과의 전략적 협업을 통해 시장을 선도하는 자동차사로 도약하기 위해 수많은 네트워크를 만들어왔다.

그간 자율주행 기술력 확보에 심혈을 기울여 온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마지막 '퍼즐'이 앱티브와의 합작법인 설립 결정을 통해 맞춰졌다고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자율주행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 기반 통합 제어기와 센서 개발을 위해 미국 인텔과 엔비디아와 협력했고, 중국의 바이두가 주도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개발 프로젝트인 '아폴로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고성능 레이더 전문 개발 미국 스타트업인 메타웨이브, 이스라엘의 라이다(Ridar) 전문 개발 스타트업인 옵시스, 미국의 AI 전문 스타트업인 퍼셉티브 오토마타 등에 전략적으로 투자해 협력 관계도 구축했다.

미국의 미래 모빌리티 연구기관인 ACM의 창립 멤버로 참여, ACM이 추진 중인 첨단 테스트 베드 건립에 500만 달러(한화 약 56억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미국 자율주행기술 전문 기업 오토라에 전략투자하고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7월 러시아 최대 IT기업 얀덱스와 공동 개발한 자율주행 플랫폼을 공개하고, 러시아 전역에서 로보택시를 시범 운영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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