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와 한국기업평가는 20억 달러를 투입해 세계적인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앱티스와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미래에 큰 도움이 되는 투자"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지웅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24일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국 자동차 시장'을 주제로 열린 패널토의에서 "현재 현대차그룹의 재무 상태를 감안했을 때 (이번 투자는) 충분히 대응 가능한 수준"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연구원은 "시기가 조금 더 빨랐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번 투자의 방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그간 현대차의 경우 플랫폼 등에 작은 규모로 투자는 많이 해왔지만 '임팩트'가 있는 투자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전날 자율주행 분야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앱티브와 공동으로 40억 달러 규모의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핵심 계열사들이 모두 참여해 현금 16억달러와 자동차 엔지니어링 서비스, 연구개발 역량, 지식재산권 등 4억 달러 등 총 20억달러를 합작법인에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부정적'인 현대차의 신용등급 전망은 그대로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이 연구원은 진단했다.

한기평은 현재 현대차의 신용등급을 'AAA(부정적)'로 평가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AAA'급에 부합하는 실적을 내고 있는 지에 초점을 맞춰서 평가하고 있는 만큼 현대차의 '부정적' 등급전망은 아직 유효하다고 본다"며 "최근 실적이 소폭 개선되고는 있지만 등급전망 상향을 위해서는 뚜렷한 실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선방하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수익성 회복이 쉽지 않고, 미국 또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대비 세단 판매 등이 부진해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자동차 부품사들의 경우 지난 2017년부터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대거 이뤄진 만큼 당분간 큰 폭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 연구원은 "현대·기아차 물량이 크게 변동이 없는 한 부품사들 또한 현재 수준의 실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생산 제품 별로 업체 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대대적인 하향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도 덧붙였다.

이날 이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미래차 전략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이 연구원은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관련 기술은 시장을 선도할 위치는 아니지만 충분히 따라가면서 경쟁력을 발휘할 정도는 된다"며 "수소차의 경우 내부적으로 2025년 상용화를 얘기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은 전기차와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완성차 업체에게 미국의 관세 부과는 '단기적으로 악영향이 불가피한 이벤트'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박정민 피치 시니어 디렉터(상무)는 "미국내 생산설비를 늘리는 결정을 하더라도 시차가 있는 만큼 단기 악영향은 불가피하다"며 "다만 오는 11월 실제로 관세가 부과될 지에 대해서는 아직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도 "현대·기아차 또한 미국 생산설비를 두고 있지만 팰리세이드나 스포티지 등 잘 팔리는 모델들은 여전히 수출이 많은 상황"이라며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관세 중 일부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이러한 상황이 전반적인 시장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악화한 중국 시장에서 단기적인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이 연구원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이슈 이후 국내 완성차 업체의 브랜드 이미지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난해가 최저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올해도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대·기아차의 경우 로컬에 강점이 있는 차종을 출시하는 전력을 펴면서 판매량은 늘릴 수 있겠지만, 이는 자칫 가성비로 로컬 업체들과 경쟁해야 하는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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