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정원 기자 =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레이팅스는 한국의 올해 및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상승할 가능성보다는 하락할 위험이 더 크다고 언급했다.

피치 레이팅스의 제레미 주크 애널리스트는 24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피치는 앞서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0%와 2.3%로 제시한 바 있다"면서 "이 성장률 전망치와 관련해 향후 상승 여력보다는 하방 위험이 더 크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2.0%와 내년 경제성장률 2.3%를 비교하자면 올해보다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대한 하방 위험이 더 크다"라고도 덧붙였다.



◇미·중 무역전쟁에 한일갈등까지…대외 환경에 타격받는 韓

피치는 지난 8월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3%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주크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 한국과 일본 간의 갈등 등은 한국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요인이며 이것은 이미 2.3% 전망에 기반영 되어있다"면서도 "앞으로의 하방 위험과 상승 여력을 비교하자면 하방 위험이 더 크다"고 평가했다.

먼저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에 있어 한국은 상당한 타격을 받는 국가라고 피치는 지적했다.

미국이 최근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관세에 대해 한국 정부가 아무런 정책적 대응을 내놓지 않을 경우 한국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크 애널리스트는 "미국이 중국에 최근 부과한 관세가 내년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을 때 한국은 멕시코 다음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으로 추산됐다"면서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에서도 한국이 받는 영향은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 정부는 경제가 부담으로 느끼고 있는 요인들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 촉진 등 여러 정책을 집행하려고 하는 만큼 무역갈등 고조가 한국경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상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과 일본 간의 갈등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의 정도에 대해서는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피치는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는 공급망을 교란하고 기업의 불확실성을 초래할 뿐 아니라 성장에 대한 추가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도 "수출 검토 절차의 복잡성, 한국기업의 대체 수입처 확보 여부, 갈등 기간 등에 따라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일본 중에서는 한국이 받는 영향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주크 애널리스트는 "가치공급망 사슬이나 소재에 대한 의존도 등을 고려했을 때 일본경제보다 한국경제가 받는 부정적 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 韓, 단기적 재정여력 있지만…부채비율 급상승 시 신용등급에 부정적

피치는 한국이 2020년 예산안에 제시한 대규모 재정 부양 조치를 집행할 만한 단기적 재정 여력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주크 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내놓은 2020년 예산안을 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39.8%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신용등급이 AA등급인 국가들의 중간값이 이 정도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한국은 재정 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부채비율이 급상승할 경우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예산안 중기 재정 전망을 보면 2023년까지 GDP 대비 부채비율은 46%까지 뛸 수 있는 것으로 나오는 데 이처럼 부채비율이 높아지면 국가신용등급에 대한 리스크 요인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 지출이 늘어나더라도 집행 효과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은 만큼 특정 숫자를 정해 이 숫자를 넘어서면 신용등급에 리스크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 올해 연말까지 한은 기준금리 25bp 인하 전망…내년엔 유지할 것

주크 이코노미스트는 재정정책뿐 아니라 통화정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은행이 올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국 금리 인하를 포함해 글로벌 금융환경이 완화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은행은 자본 흐름 및 환율에 불필요한 영향을 가하지 않으면서 보다 완화적 정책 기조를 도입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다만 높은 가계 부채 수준 증가 등이 제약이라면서 "내년에는 기준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韓 디플레 돌입 안 해…내년에 경기침체 맞지도 않을 것

주크 애널리스트는 한국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있어 상승 여력보다는 하방 위험이 더 크다면서도 내년엔 경기침체를 맞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과거 평균 대비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 침체는 예상하지 않고 있다"면서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분쟁 등의 리스크가 있긴 하지만 내년에 경기침체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플레이션에 도입하지도 않았다고 주크 애널리스트는 덧붙였다.

그는 "지난달 한국이 사상 첫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했으나 일시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올해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본 시나리오는 0.6%"라면서 "이건 매우 낮긴 하지만 디플레이션에 돌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jw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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