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환율 및 경제 전반으로 번지는 가운데 인민은행의 통화정책 여력 발언 관련이 나와 주목된다.

미국이 중국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상황에서 인민은행이 급히 통화 완화 정책을 펼치지 않겠다는 의중을 드러내면서다.

25일 서울외환시장 등에 따르면 이강 인민은행장은 전일 중국 건국 70주년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대규모의 통화 완화 정책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행장은 "정책 여력은 상대적으로 크지만, 이를 귀하게 여겨야 한다"며 중국 금리가 적절한 수준이며 지급준비율을 큰 폭으로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시장에서 제기된 중국이 기준금리 격인 새로운 대출우대금리(LPR)를 큰 폭 인하하고 달러-위안 환율의 변동성을 어느 정도 용인해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과 관세 부과에 대응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어느 정도 잠재우는 발언이다.

당초 시장 참가자들은 달러당 위안화의 가치가 7위안을 넘어선 '포치'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중국 정부가 무역 갈등을 의식한 환율의 절하 용인으로 달러-위안이 변동성을 나타낼 것이라고 관측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무역전쟁 악화로 인한 경기 둔화 압력을 완화하고자 금융개방 가속화, 위안화 환율 시장화 개혁, LPR 개혁 등의 대응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만약 대규모의 개혁 조치가 나오면 달러-위안 환율은 현재보다 더 큰 변동성을 보이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무역 전쟁 점화 후 달러-위안의 변동성을 거의 그대로 추종하고 있는 달러-원의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일부 단기 투자자의 경우 위안화 환율만을 참고해 달러-원 거래를 할 정도로 원화는 위안화에 밀접하게 연동된 상황이다.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무역 전쟁에 대응한 중국의 금융 개혁 가능성과 관련해 달러-원의 지나친 변동성을 우려했었다.

다만, 이 행장의 발언으로 인민은행의 과도한 통화 완화 정책이 급속하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이 감지된다.

위안화는 간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경제 구조와 무역 관행에 대한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낸 와중에서도 다소 안정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일 국제연합(UN) 총회 연설에 나서 중국의 시장 장벽, 정부 보조금, 환율 조작, 강제 기술이전 및 지식재산권 도둑질을 언급하면서 중국의 경제 모델 및 무역 관행을 비판했다.

무역 협상에 관련해서도 "미국에 나쁜 협상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불확실성을 키웠다.

그러나 전일 역외에서 거래되는 달러-위안(CNH) 환율은 등락을 반복하면서도 주로 7.10~7.11위안대에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한 은행의 외환딜러는 "미중 갈등이 불거진 후 시장의 관심사는 무역 분쟁 자체에 쏠려있다"며 "장중에는 위안화의 움직임을 거의 데칼코마니처럼 추종하는 형태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그러면서도 "간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비난의 메시지를 쏟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역외 달러-위안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모습이다"며 "이 같은 안정적 흐름은 달러-원에 변동성 축소로 반영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의 외환딜러도 "전일 UN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비난 발언을 쏟아냈는데도 위안화는 안정적이었다"며 "트럼프 발언에 대한 내성 효과와 대규모 통화정책 완화로 무역전쟁 효과를 상쇄하지 않으려는 중국의 의중이 확인된 데 따른 안도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r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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