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뢰를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는 말이 있다. 요즘 금투업계를 보고 있으면 이 격언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된다. 업계의 도덕성을 훼손하는 일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서다. 최근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의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 압수수색 소식을 접한 투자자들은 충격에 빠져 있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이 분석보고서를 발표하기 전에 미리 주식을 사놨다는 의혹에 휩싸여서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선행매매가 사실이 아니라며 항변하고 있는 가운데 특사경도 출범 후 첫 수사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증거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수사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만일 선행매매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리서치 업계는 따가운 국민 여론의 지탄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요즘 금융권 PB들이 VIP 고객들에게 최우선 투자의 지침으로 제공하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투자보고서인데, 애널리스트가 선행매매를 했다면 고객을 우롱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 사태에 이어 또 하나의 모럴 해저드 사례가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애널리스트의 선행매매 의혹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특정 증권사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2013년 CJ ENM 매매에서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기업까지 가담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매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애널리스트는 2심에서 1천만원가량의 벌금을 선고받고 대법에서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그전에도 선행매매를 비롯한 리서치업계의 부도덕한 행위는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2015년에도 한미약품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로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이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블록딜(시간외 주식 대량매매)과 관련한 비리로 KB증권 이사와 KDB대우증권 팀장은 구속되기까지 했다. 주가조작 세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은 애널리스트도 있다.

이번 일이 하나금투 리서치센터만의 문제일까. 다른 리서치센터들은 도덕성 논란에서 자유로울까. 리서치 비중이 큰 대형증권사는 이미 좌불안석이고, 리서치 업계에서 야심 차게 추진하던 유료화 계획은 명분을 잃고 급제동이 걸리게 됐다.

각 증권사의 내부 컴플라이언스는 제대로 작동하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왜 똑같은 일이 매번 반복되는 것일까. 이런 상황에 어떻게 고객의 얼굴을 다시 쳐다보고 주식매매를 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리서치 업계 전체의 각성과 대책이 요구된다.

한번은 실수라고 봐줄 수 있어도 두 번 세 번 반복되면 실수가 아닌 모럴 해저드로 손가락질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모럴해저드는 금투업계를 향한 국민들의 등을 돌리게 할 것이고, 업계는 공멸하고 말 것이다.

금투업계의 공통된 꿈은 금융의 삼성전자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금투업계는 앞다퉈 덩치를 키우고 하드웨어를 튼튼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정작 그 안에 있는 소프트웨어는 몸집을 따라가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다. 더이상 금투업계가 탐욕의 화신들로 비난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엄격한 도덕성을 먼저 갖춰야 할 것이다. (자본시장부장 이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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