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미국이 대통령 탄핵 추진이라는 소용돌이에 빠졌다.

실제로 탄핵이 이뤄질 것이냐는 문제와는 별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탄핵 절차 착수는 정치는 물론 외교, 경제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밖에 없다.

뉴욕 금융시장은 먼저 반응했다. 지난 24일 장중 탄핵 추진설이 흘러나오자 주가는 가파르게 하락했다. 미 국채는 상승했고, 달러는 큰 폭 떨어졌다. 장 마감 후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에 착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다음 날인 25일 주가와 달러는 더는 하락하지 않고, 국채도 상승세를 멈췄다. 탄핵 정국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일단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커진 영향이다.

월가에서는 탄핵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과거 무산 사례도 있고, 하원이 주도하는 탄핵 절차가 공화당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상원을 통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전할 것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그렇다고 월가의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실상 글로벌 금융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문제가 걸려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동력이 떨어지면 무역 문제는 더 복잡해질 수 있다.

먼저 의회 비준을 기다리고 있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우려가 커졌다.

레이먼드 제임스의 정책 분석가인 에드 빌스, 크리스 미킨스는 "입법은 죽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탄핵은 의회가 정부 자금 지원과 같이 정해진 기한에 따라 해야만 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게 만들 것"이라며 "약값 책정, 인프라, USMCA 통과 등 초당적인 조치에 관한 생각 자체가 2020년 선거 이후까지 죽었다"고 지적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의 최대 교역국이다.

스트라테가스 리서치 파트너스의 댄 클리프톤은 "탄핵 절차가 새로 생겨난 만큼 최소 USMCA 일정이 복잡해졌다"며 "단기적으로 현 정부의 주요 경제 성과 중 하나인 USMCA 통과 가능성이 작아졌다"고 지적했다.

탄핵 논의로 중국과의 무역 협상 타결은 더 늦어질 수 있다.

부분 합의라도 먼저 하겠다는 쪽으로 기우는 듯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태도를 바꿔 지적재산권을 포함한 포괄적인 합의를 원하고 있다. 최근 유엔 연설에서도 중국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였다.

중국은 내심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다른 대통령과 무역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 시간 끌기에 들어갈 수 있다.

컴퍼스 포인트의 아이삭 볼탕스키 분석가는 "과거 공격을 받았을 때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탄핵 조사를 계기로 무역 기조를 강화할 수 있다"며 "반대로 재선을 위한 근거를 키우기 위해 물꼬를 넘어서 승리를 모색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탄핵 추진이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2020년 선거에서 민주당에 상당한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가드너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 수 있는 독특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정치적 드라마를 최대로 활용할 것으로 내다봤고, 민주당에 역풍을 물고 오고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과거 탄핵 때 주가가 별로 반응하지 않았다는 점도 부각된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이 추진되다 자진 사임하기까지 S&P600은 6개월 동안 20% 급락했다. 다만 당시에는 석유 파동이 심각해 탄핵 영향이라고 보기 어렵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탄핵 위협 때는 오히려 주가가 올랐다. 닷컴 버블 등의 활황장세 영향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글로벌 성장은 둔화하고, 전 세계 경제는 사이클 후반에 있어 언제든 변수에 취약해질 수 있다. 시장의 밸류에이션은 높아졌지만, 투자자들의 포지션은 다소 방어적이다.

JP모건의 존 노먼 자산 펀더멘털 전략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이란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없어 상황이 복잡해졌고, 독특한 경제 여건도 더해졌다"며 "탄핵 과정에서 지지율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더 유화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낙관론이 있지만, 다른 나라들이 재선 무산을 바라며 내부 난관을 국제적인 상황과 연결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은 월가도 투자자도 탄핵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곽세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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