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 손실이 점차 확정되면서 피해자들의 법정 소송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수익성이 확대한 은행에 재무적 타격은 크지 않겠지만, 일부에서는 중장기적인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6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현재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피소된 소송건수는 각각 120건, 163건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7년 말과 비교하면 우리은행은 10건, 하나은행은 4건이 줄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의 소송금액은 2천429억원에서 1천971억원으로 줄었다. 하나은행은 2천979억원의 소송금액이 1천689억원까지 축소됐다. 두 은행은 소송 건수와 금액이 동반 감소하며 리스크를 관리했다.

그러나 하반기를 지나면서 상황이 달라질 처지다. 독일 국채 10년물과 영국·미국 통화의 이자율 스와프(CMS, Constant Maturity Swap) 금리에 연계된 파생결합상품(DLF·DLS)의 피해액이 속속 확정되면서 피해자들의 법적 대응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판매한 DLF는 7천888억원이다. 이 중 약 4천500억원 내외가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된다. 다수의 DLF가 절반 이상의 원금손실을 봐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와 별도로 소송이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대순 약탈경제반대행동 대표는 "금감원의 DLS 분쟁 조정 결과에 은행이 동의하고 피해자가 만족하지 못한다고 끝나지 않고 다시 소송에 들어갈 수 있다"며 "실질적으로 불완전판매 여부 정도를 따지는 분조위는 피해 금액의 일부만 보상받는데 상품구조의 문제를 되짚으면 보상금액 수준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일부 DLS 피해자들은 금융소비자원, 키코 공동대책위원회 등과 연대해 민사소송을 이미 제기했다. 기대보다 낮은 배상 비율을 기다리지 않겠다는 취지다. 이들은 투자원금 100%와 지연이자 등을 청구했다. DLS 투자자들이 같은 자세로 나오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소송금액이 급격히 불어날 수 있다.

DLS 소송이 대거 추가돼도 우리·하나은행이 재무적으로 대응하기에는 거의 무리가 없는 수준으로 평가됐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소송의 진행 상황이나 기일에 맞춰 충당 부채 등을 설정하게 될 텐데 몇 년간은 소송금액의 10%도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대형은행들의 수익 규모가 수천억원씩 늘어 거의 체감되지 않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일부 사업확장에 차질이 발생하는지가 관건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민간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은행은 수신과 여신 고객의 자금흐름이 원활해야 하고 저금리가 만연할수록 다양한 고객층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게 최근 모습"이라며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신뢰 문제로 고객이 이탈했을 때를 어떻게 대비할지, 상품 판매에 제약조건이 생기는지 등은 지켜봐야 할 요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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