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협상을 10여일 앞두고 백악관이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금융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류허 중국 부총리를 주축으로 한 중국 무역 대표단은 오는 10일~11일 양일간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 미국 협상단과 무역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 협상은 내달 15일 미국의 중국산 제품 2천500억달러에 대한 관세 인상을 앞두고 이뤄진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다.

따라서 이번 협상을 앞두고 나온 백악관의 공세가 협상에서 더 큰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협상 전략의 일환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중국과의 무역 합의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일찍 나올 수 있다"고 언급하며 협상 기대를 고조시킨 바 있다.

또 당초 10월 1일로 예정됐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2주 뒤로 보류시키고 10월 초 무역 협상 일정을 잡아 협상의 여지를 남겨뒀다.

중국은 최근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는 작업에 착수해 협상 낙관론에 불을 지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당국자들은 중국 기업들의 투자 제한이 이번 협상에서 의제는 아니지만, 만약 이를 협상 주제로 포함할 경우 협상이 또다시 결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봄에 미·중 무역 협상이 결렬될 후 백악관에 투자제한 개념을 제기했다고 밝힌 허드슨연구소의 마이클 필스베리 중국 연구원은 "이는 압박을 높이는 또 다른 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그룹은 의회에서 추진 중인 법안은 중국 자본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미국의 가장 극단적인 행보라고 규정하며 이는 미국 거래소에 거래 중인 수백개 중국 기업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이번 조치로 협상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중국 자본에 대한 미국의 경계는 오래전부터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이번 조치가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기 위한 미국의 장기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포천지 선정 매출 기준 글로벌 상위 500대 기업 중에서 중국은 129개가 포함됐고, 미국은 121개에 그쳤다.

중국 기업들의 부상이 미국에는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6월 기준 미국인들의 중국 본토 금융자산의 규모는 2천30억달러에 그쳤다. 아직 미미한 규모지만, MSCI 신흥시장 지수에 대한 중국 비중이 확대됐고, 주요 벤치마크 채권지수에 중국 국채가 편입됨에 따라 미국 투자자들의 중국 투자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미·중 경제 안보심의위원회 미국 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은 총 156개로, 시가총액만 1조2천억달러에 달한다.

미 의회는 그동안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에 미국 회계 기준을 따르도록 요구하고, 규제 감독을 따르지 않을 경우 상장 폐지 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추진해왔다.

이는 이번에 보도된 내용과도 같은 맥락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백악관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상장을 차단하거나 미국 연기금의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차단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하마다 고이치 예일대 명예교수는 트럼프의 무역전쟁은 경제적 합리성에 근거한 것이라기보다 한 세대 만에 세계 경제 2위 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도 지난 12일 한 행사에서 "우리는 중국 공산당과 그들의 전방 조직을 위해 무제한적으로 자본을 조달해줬다"라며 "우리가 물리쳐야 하는 프랑켄슈타인 괴물은 서방이 만든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자본으로 만들어졌으며, 우리의 기술에 대한 접근으로 만들어졌다. 우리가 이 모든 것에 자금을 댔다"고 주장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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