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협력사의 태양광 관련 기술을 무단으로 유용하다 적발된 한화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그동안 대기업이 하도급 관계의 중소기업으로부터 받은 기술을 제3의 중소기업에 넘겨 단가를 낮추는 사례가 적발된 적은 있지만 대기업이 직접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해 상품을 개발한 사례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제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는 30일 한화가 하도급업체로부터 태양광 전지 제조라인 설비의 일부인 태양광 스크린프린터 관련 기술자료를 받아 자체 생산에 활용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억8천200만원을 부과하고 법인과 관련 임직원 3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화는 지난 2011년 3월 하도급업체와 태양광 스크린프린터를 제조 위탁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체결하고, 같은 해 7월 중국 한화 솔라원에 납품 시 이 업체가 스크린프린터를 제작, 설치, 시운전하도록 위탁하는 계약도 추가했다.

하도급업체는 2011년 8월 한화 아산공장에 스크린프린터를 설치하고 구동시험을 끝냈지만 중국에는 설치하지 못한 채로 계약 이행이 늦어졌다.

하도급업체는 한화의 요구에 따라 2011년 11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스크린프린터 관련 기술자료를 냈고 2015년 11월 계약이 해지될 때까지 기술지원을 제공했다.





한화는 마지막 기술자료를 받은 직후인 10월 초부터 신규인력을 투입해 자체 개발에 착수했고 하도급업체로부터 받은 자료를 활용해 하도급업체의 장비와 유사한 스크린프린터를 제작해 한화큐셀 말레이시아 법인에 출하했다.

공정위는 한화가 고객사인 한화큐셀 독일 연구소와 주고받은 전자우편을 보면 자체개발 스크린프린터가 하도급업체 장비를 토대로 개발될 계획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수현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장은 "문제가 된 사건의 기술에 엄청난 연구개발비가 드는 것은 아니고 한화가 충분한 자금, 시간, 인력 투입할 경우 개발 못할 기술은 아니라고 본다"며 "개발에 따른 시간도 즐이고 설계, 제작에 따른 비용도 줄이려는 목적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한화는 2012년 5월 하도급업체에 매뉴얼 작성을 핑계로 스크린프린터 부품목록이 표기된 도면을 받고 2014년 5월에는 납품타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스크린프린터 세부 레이아웃 도면도 받았다.

공정위는 이러한 요구가 수요처의 요구와 공동영업을 위한 목적을 넘어선 것이라며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화는 각종 매뉴얼자료와 도면을 요구하면서 법정 서면도 교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로부터 검찰에 고발된 인사는 한화 간부 직원과 담당자 3명이다.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윤수현 국장은 "대표이사 등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관여 여부에 관한 직간접적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한화가 기술자료를 비밀리에 사용해 관련 증거를 찾기 어려웠지만 부품과 핵심기술의 특징 등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이 이뤄지며 심사보고서가 3천쪽에 달했다.

공정위는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삭제된 전자우편을 복원해 설계도면 등 핵심 자료를 확보했으며 현장 조사에서 수집된 3천600만 건의 파일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자료가 많아 선별 과정을 열 차례나 거쳤다.

공정위는 "기술력을 갖춘 강소기업을 육성하려면 기설이 정당하게 거래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며 "앞으로 대-중소기업 간 수직구조에 따른 기술유용행위 감시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hjlee2@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2시 0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