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기준금리 한 번은 더 내린다. 추가 인하는? 지금 장담은 못하고 그때 상황 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시장에 최근 전한 메시지의 함의는 이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을 거 같다. 이 총재는 지난달 27일 한은 인재개발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 경제의 하방 위험이 좀 더 커졌다고 진단했다. 올해 한은이 예상한 2.2% 성장률 목표도 달성이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화정책 방향도 기존의 완화적인 운영 기조에서 달라진 게 없다고 전했다. 이 총재의 발언은 지난 7월에 이어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한 것으로 평가됐다. 오는 16일 예정인 10월 금융통화위원회 때 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시장의 주된 관심사인 10월 이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감을 잡기가 어렵다. 이 총재는 내년 경제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나마 낙관론을 유지했다. 낙관론의 뚜렷한 근거를 제시하진 않았지만, 올해의 최악 상황은 벗어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에 이어 기대인플레이션이 크게 낮아졌음에도 디플레이션은 아니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현 기준금리 1.50%를 1.25%로 낮추고 나서 상황을 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주열 총재의 메시지가 확실히 간결하고 명쾌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상반기의 시장을 들었다 놨다 했던 종잡기 어려운 소통 방식은 잘 보이지 않는다. 금리인하 깜빡이를 한번 켜고 나서는 방향 전환 조짐 없이 정주행하는 모양새다. 이 총재의 지난 주말 간담회 발언도 인하 깜빡이 이후 스탠스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지난달 19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 이후 발언에서도 그는 연방준비제도(Fed)가 추가 금리 인하 여지를 닫은 건 아니라고 평가하는 등 완화적인 입장을 보였다. 연준의 금리 인하로 타국 입장에서 보면 통화정책의 부담을 덜어주는 측면이 있다고도 했다.

다만, 이 총재의 스탠스로 보면 10월 금통위 이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판단은 어려운 국면이다. 초저물가 상황이 계속해서 핵심 변수로 작용할 여지는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다 9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역대 처음으로 1%대로 내려온 상황이다. 정부와 한은은 물가 상승률과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연말을 지나면서 다시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장기적 시각에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짙게 깔린 점은 금통위원들에게 적잖은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연말과 연초 정부와 한은의 물가 전망이 다소나마 어긋나는 모습이 보인다면 디플레 우려는 더 심화할 수밖에 없다. 시장의 본격적인 금리 인하 베팅은 10월 금통위 이전이 아니라 그 이후가 될 수도 있다. (금융시장부장 한창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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