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심상치 않은 해외 금리 움직임에 서울 채권시장의 약세가 분기말을 지나도 풀리지 않고 있다.

강세를 기대했다가 실망한 채권시장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의 최근 정책이 마이너스(-) 금리 폐기로 가고 있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이번 달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이는 한국은행도 향후 통화정책과 관련해 기준금리 실효하한에 대한 고민을 더 크게 가져갈 전망이다.

2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전일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4.2bp 오른 1.498%, 3년물 금리는 2.6bp 상승한 1.323%에 마감했다. 일본금리가 1년 내 최대 폭 급등한 영향이다.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일 7.01bp 오르면서 일일 기준 2018년 8월 1일 이후 최대폭 상승했다. 하루 전인 9월 30일에는 호주 국채 10년물 금리가 7.1bp 급등해 국내 채권시장에 약세 재료로 작용했다.



◇마이너스 금리 폐기론 등장…재정정책에 무게

채권시장 일각에서는 ECB와 BOJ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갔고, 이번 해외금리 급등은 그 신호가 나타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9월 ECB는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길 때 적용되는 예금금리를 -0.50%로 10bp 인하했다. 다만 ECB는 차등 금리 시스템(two-tier system)을 도입해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받지 않는 초과지준의 규모를 확대했다.

금리 인하 폭을 10bp로 해 실질적인 인하 효과를 제한하고, 적용 범위도 축소한 것이다.

BOJ는 당좌 계정 일부에 적용하는 금리가 -0.1%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10년 만기 국채금리 목표치를 '0% 정도'로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마이너스 금리를 폐기했다고 본다"며 "9월 정책회의에서 예치금리를 -0.4%에서 -0.5%로 낮췄지만 마이너스 금리 적용 범위를 대폭 줄여 유명무실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BOJ의 기준금리는 표면상 마이너스지만 꾸준히 국채를 매입하며 국채금리를 0%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BOJ는 9월 30일 공개한 10월 국채 매입 계획을 통해 잔존만기가 25년을 넘는 초장기 채권에 대한 매입 금액 하한선을 처음으로 제로(0)로 설정했다. BOJ는 또 국채 매입 빈도도 '횟수를 늘릴 수 있다'에서 '횟수를 변경할 수 있다'로 바꿨다.

BOJ가 기존 계획보다 국채 매입을 줄일 수 있음을 시사하자 다음날인 10월 1일 일본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마이너스 금리에도 불구하고 BOJ의 추가 완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며 "그런데 1일 국채 입찰에서 수요가 모이지 않고 금융기관들이 외면하자 통화정책의 효과에 대한 우려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로 현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면 재정정책이 필요할 수 있다"며 "일본·유럽 등 마이너스 금리 경제에서 통화정책의 하방 경직성과 재정정책의 필요성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드라기 ECB 총재도 30일(현지시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장기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회원국들의 재정정책이 시급하다는 발언을 내놓았다.



◇ 10월 기준금리 인하 유력한 한은…향후 실효하한 논란 거세질 듯

글로벌 중앙은행의 정책 트렌드에 변화 기운이 감지되고 있지만 한국은행의 10월 금리 인하는 여전히 유력한 시나리오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2.2%의 올해 성장률 목표치 달성이 녹록지 않다고 언급했고, 9월 수출은 전년 대비로 10개월 연속 감소했다.

9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0.4% 하락해 2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물가(하락)가 아무리 일시적이라고 하더라도 근간에 있는 수요 측면의 가격 상승 압력이 낮아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은의 10월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수록 인하 조치로 경기 부양 효과를 낼 수 있는 금리 수준을 의미하는 실효하한에 가까워지기 때문에 통화정책의 효과성 논란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ECB와 BOJ가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폐기했다는 주장에 따르면 기준금리 '제로(0)' 수준이 실효하한이 된다. 비기축통화국인 한국은 실효하한이 이보다 높을 것으로 여겨진다.

신동준 KB증권 수석자산배분전략가는 "시장에서는 실효하한을 1.0%보다 아래인 0.75%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며 "1.0% 밑으로 절대 인하할 수 없다는 인식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석길 이코노미스트는 "기준금리를 1%로 내리더라도 이주열 총재가 실효하한에 도달했다고 이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통화정책의 공간 자체가 줄어 조심스러워진다는 정도의 의미로 봐야 하고, 그런 측면에서 실효하한은 고정된 레벨이라기보다 유동적"이라고 설명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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