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연기금의 국내 채권 듀레이션이 20개월 만에 축소됐다. 연기금이 지난달 금리 상승 리스크에 대비한 결과로 풀이된다. 연기금이 국고채 10년물을 주로 사들인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2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지난달 연기금의 국내 장외 채권 듀레이션은 5.72년으로 전월 5.77년보다 짧아졌다.

연기금의 채권 듀레이션이 축소된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처음이다. 작년 1월 연기금의 채권 듀레이션은 4.62년으로 2017년 12월 4.69년보다 축소됐다.

이후 연기금의 채권 듀레이션은 확대 추세를 이어갔다. 올 4월 듀레이션이 5.36년으로 전월과 같았으나, 축소되지는 않았다.

지난달 연기금의 채권 듀레이션이 축소된 것은 연기금이 금리 상승 리스크에 대비해 초장기채 투자 등을 줄인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달 국고채 3년물 금리는 6.7bp의 상승 폭을 보였다. 5년물과 10년물은 각각 5.8bp, 11.5bp 올랐다.

20년물, 30년물, 50년물은 각각 9.8bp, 9.4bp, 7.2bp 상승했다. 이에 지난달 연기금은 채권 재투자를 축소했다.

실제 지난달 연기금의 채권 순투자는 마이너스(-) 9천641억원을 기록했다. 원금 기준 만기액은 2조2천418억원, 순매수액은 1조2천777억원이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2조원이 넘는 채권 만기가 돌아왔는데 금리가 상승했다"며 "이 때문에 연기금이 무리해서 재투자를 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초장기 국채 등 만기 10년 초과 채권 매수세도 둔화됐다. 그 영향 등으로 채권 듀레이션이 축소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연기금은 10년 초과 채권 7천912억원을 순매수했다. 올 1월부터 8월까지 연기금이 10년 초과 채권을 월평균 1조1천638억원 순매수한 것과 대비된다.

같은 기간 초장기 국채 등 10년 초과 국채도 552억원을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올 1~8월 연기금은 초장기 국채 등 10년 초과 국채를 월평균 7천248억원 순매수했다.

연기금이 지난달 국고채 10년물을 주로 사들인 점도 듀레이션 축소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국고채 전 구간에서 가장 큰 상승 폭을 나타냈다. 이에 연기금은 지난달 만기 5년 초과~10년 이하 국채 5천834억원을 순매수했다. 국고채 전 구간 중에서 가장 큰 금액이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운용역은 "지난달 연기금과 보험사 등 장기투자기관이 가장 많이 매수한 채권은 국고채 10년 지표물인 19-4호"라며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한 지난달 16일에 국고채 10년 지표물을 대거 사들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기금이 초장기 국고채가 아닌 국고채 10년물을 주로 사들인 점이 듀레이션 축소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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