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서울채권시장에서 4분기 수급 핵심 주체로 은행이 꼽혔다. 은행의 채권 매수와 은행채 발행이 상쇄되는 재료인 만큼, 은행이 어느 쪽에 좀 더 치중하는지에 따라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어서다.

2일 연합인포맥스 투자 주체별 장외채권 잔고내역(화면번호 4250)에 따르면 순매도 종목을 포함한 은행 포트폴리오 듀레이션은 0.54년까지 떨어졌다.

국내 은행은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국채 매입을 늘리기 시작했다. 바젤Ⅲ에서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을 단계적으로 100%까지 높이는 과정에서 국고채 매입을 늘려야 했기 때문이다.

은행의 규제 이슈로 채권시장은 은행의 동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은행의 채권 매수는 물론 이들의 은행채 발행량도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수급에 큰 영향을 주고 있어서다.

해마다 은행과 관련한 이슈가 반복되면서 채권시장은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등 재료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제2 안심전환대출 이슈까지 불거지면서 은행 수급 동향에 서울채권시장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달 16일부터 9월 말까지 은행은 7조9천억원가량의 채권을 사들였다. 지난달 같은 기간에는 11조3천억원을 매수했고 2분기 말이었던 6월 16일부터 6월 말에는 10조8천억원 규모의 채권을 매수했다. 유독 3분기 말 은행의 매수가 적었던 셈이다.

시장참가자들은 안심전환대출용 MBS 의무 매수에 따른 듀레이션 증가에 대비해 은행이 채권 투자를 지연하고 있다고 전했다. MBS가 20조원 규모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고, 은행의 의무 매수 기간도 당초 평균 잔존만기 5년에서 3년으로 줄어드는 방안이 논의 중이지만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은행채 발행 이슈도 채권시장이 주목하는 재료다. MBS 매입으로 LCR 비율이 확보될 경우 은행채 발행이 줄어들 수 있다. 다만, 은행의 차환 발행에 따른 구축 효과가 채권시장에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우세했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2015년에도 은행이 MBS를 사면서 듀레이션이 계속 늘어났었고, 이를 고려해서 지금 듀레이션을 계속 줄이는 모습이다"며 "최근에는 통안채 매수 속도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이 MBS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는 자금 집행을 보수적으로 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은행 수급에는 계속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정인 KTB증권 연구원은 "MBS 발행과 내년 적자국채 물량을 고려했을 때 마찰적 금리 반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일시적일 것으로 본다"며 "은행이 MBS 매입 과정에서 국채를 매도하고 MBS로만 채울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이다"고 분석했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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