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중 무역전쟁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제조업 위축세가 현실화했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8을 기록해 전달의 49.1과 전망치인 50.1보다 크게 악화했다. 이날 수치는 2009년 6월 이후로 10년여 만에 가장 낮다.

지수가 50을 밑돌면 경기가 위축 국면에 들어섰음을 시사한다. 즉 미국의 제조업 경기가 두 달째 위축 국면에 있다는 의미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안 쉐퍼드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WSJ에 "이는 무역전쟁 때문으로, 즉 조만간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라고 지적했다.

지표가 발표된 직후 미국 3대 지수는 곧바로 하락해 1% 이상 하락세로 마감했다.

제조업이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부문은 11%로 상대적으로 작다. 제조업 고용도 전체의 8.5%로 1990년 16%, 1970년 25%에서 크게 낮아졌다.

그러나 제조업이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상대적으로 크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이 여러 단계의 유통과정을 거쳐 소매점에서 팔릴 때까지 완제품의 최종 생산량은 GDP의 30%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특히 제조업 생산은 경기 침체를 예측하는 주요 잣대로 종종 해석된다.

2008년 4분기에 GDP가 연율로 8.4% 하락했을 때 제조업 생산은 GDP 감소분에서 7.5%포인트를 차지했다. 이는 이전 두 번의 경기침체 상황에서도 유사했다.

다만 제조업지수는 구매관리자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 근거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심리 변화에 영향을 받아 반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즉 제너럴모터스(GM)의 파업과 같은 일시적 위험 요인들이 해소되면 수치가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여름 사이 미·중 무역전쟁이 악화하지 않았고, 증시가 고공행진 하면서 많은 투자자가 지수가 50을 웃돌 것으로 기대했다는 점에서 이날 제조업 지표는 투자자들에게 경각심을 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그동안 무역전쟁 위협에서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을 것이라던 미국 경제가 무역전쟁의 본격적인 영향권에 들어선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최근 보고서에서 글로벌 무역 둔화로 투자와 고용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베르토 아제베도 WTO 사무총장은 "기업들이 수출용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인력을 줄이면서 고용 창출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WTO는 올해 국경 간 상품 흐름이 전년 대비 1.2%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작년의 3%보다 낮아진 것으로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같은 흐름은 미·중 무역갈등으로 더욱 심화하고 있다.

미국의 목재업체 베일리 럼버는 중국에서의 사업이 40%가량 줄어들면서 전체 매출이 약 20%가량 줄었다며 이에 따라 수십명의 직원을 감원했다고 밝혔다.

베일리의 제프 메이어 사장은 "(거래) 규모가 크게 줄었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크게 하락했다"고 말했다.

ISM 하위 지수 중 신규수주는 47.3으로 전달의 47.2보다 소폭 올랐으나, 수출 부문 신규수주는 3개월 연속 하락했다.

미국의 제조업 지표 부진은 유럽을 비롯한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의 제조업 지수가 일제히 하락하는 가운데 나왔다.

IHS 마킷이 조사한 유로존의 9월 제조업 PMI는 45.7로 2012년 10월 이후 최저로 추락했다. 유로존 제조업 PMI는 8개월 연속 50을 밑돌고 있다.

독일의 제조업 PMI도 41.7로 2009년 6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크리스 윌리엄슨 IHS 마킷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더 나쁠 것 같다"라며 "무역전쟁 우려로 낙관론은 7년래 최저이며, 글로벌 경기 둔화와 브렉시트 등으로 인한 지정학적 우려로 기업들이 내년에 대해서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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