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00 은행은 참모진도 없습니까"

손태승 우리은행장과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의 해외 기업설명회(IR) 소식을 전해들은 금융당국 한 관계자가 언성을 높였다. 그는 "해외 IR에 대한 언질은 있었지만, 판단은 금융회사의 몫"이라며 "증인 채택이 불발되기가 무섭게 해외로 IR를 떠난다는 것은 감수성이 떨어지는 처세"라고 일침을 가했다.

두 행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의 해외금리 연계 파생금융상품(DLS·DLF) 관련 일반증인 채택이 불발된 직후 출장길에 올랐다.

지 행장은 지난 1일 저녁 베트남행 비행기를 탔고, 손 행장은 이튿날 아침 중동으로 향했다. 지 행장은 이번 주말에 돌아온다. 손 행장은 금융위원회(4일)와 금융감독원(8일) 국감이 끝나는 다음날 귀국한다.

일반적으로 금융회사는 연간 해외 IR 일정을 연초에 마련한다. CEO 출장 일정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물론 투자자의 현지 사정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이번 해외 IR을 사전에 계획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국감장 증인 출석을 대비해서 세운 '플랜 B'는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두 행장이 하룻밤 사이에 해외로 향한 것은 지나치게 공교롭다.

물론 명분은 충분했다.

손 행장이 찾은 중동은 과거 정부의 우리은행 민영화를 앞두고 금융당국 관계자와 함께 찾은 곳이다. 내년 3월부터 시작될 정부의 잔여지분 매각을 앞두고 해외 투자자를 확보하는 일은 우리은행의 과제이기도 하다. 우리은행은 이번 손 행장의 해외 IR을 글로벌 광폭 행보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지 행장은 올해 1조원을 들여 지분을 사들인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을 방문한다. 글로벌과 인수합병(M&A)이란 키워드가 은행 실적을 좌우하는 지금, 해외투자를 점검하겠다는 행보는 크게 문제가 없다.

실리도 챙겼다. 4일부터 시작되는 금융당국 국정감사에서 두 은행이 DLF 사태로 집중포화를 받겠지만 대답은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에게 미뤘다.

행장들이 국회 국감 증인대에 설 리 만무하다는 사실은 모두가 예상했다. 영업점에서 판매하는 수천, 수만가지의 금융상품을 결정하는 전결권이 행장에게 없다는 논리도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두 은행은 은행장이라는 이름이 져야 할 무게를 간과했다. 잘못된 정무적인 판단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은행에 수익을 가져다주는 고객은 잊고 해외 투자자만 찾겠다는 행장을 눈감아줘야 하는 걸까. DLF 사태로 뜬눈으로 밤을 지새는 두 은행의 고객만 3천243명에 달한다. (정책금융부 정지서 기자)

jsjeong@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8시 32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