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정부가 지방세법을 개정하면서 납세 의무자를 변경하는 바람에 부동산신탁이 종합부동산세 절세창구로 악용됐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종부세를 80%나 줄일 수 있어 부동산신탁이 급증했다는 논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경기 군포시갑)은 4일 배포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공시가격 15억원, 10억원, 8억원 규모의 3주택자가 주택 두 채를 부동산신탁에 맡길 경우 종부세가 3천180만원에서 578만원으로 줄어드는 것을 국세청에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3년 행정안전부가 지방세법을 개정하며 부동산신탁 재산의 납세의무자를 위탁자(원 보유자)에서 수탁자(신탁사)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종합부동산세법에 따르면 종부세 납세 의무자는 재산세 납세의무자이기 때문에 부동산신탁을 활용해 다주택자가 중과세를 회피할 길이 열린 셈이다.

현재 3주택자 이상 종합부동산세 과세구간별 세율표에 따르면, 3억원 이하는 0.6%, 3억~6억원은 0.9%, 6억~12억원은 1.3%, 12억~50억원은 1.8%, 50억~94억원은 2.5%, 94억 원 초과는 3.2%의 세율이 적용된다.

만약 2주택을 신탁하게 되면 1주택자로 처리돼 각각 1%의 일반세율을 적용받아 0.3%의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문제는 지방세법 개정과정에서 이에 대한 우려가 있었음에도 조세정책 당국인 기획재정부가 방치했다는 점이다.

김정우 의원은 2013년 지방세법 개정 당시 '신탁조세제도개선 TF'에서 다주택자의 누진세 회피 문제가 거론됐으나 기재부가 악용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2018년 다주택자 종부세율 인상 논의 시에도 이 문제를 검토하지 않았다.

법의 허점을 노린 듯, 부동산신탁 재산은 크게 늘었다. 지난 2013년 8천864건이던 부동산신탁은 2019년 7월 기준 6만682건으로 7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규제를 대폭 강화한 2017년 말에서 2018년 말 사이에는 4만791건에서 5만4천27건으로 1만3천236건이나 늘었다.

김정우 의원은 "명의신탁이 세금 탈루 수단인 '꼼수 신탁'으로 변질됐다"면서 "기재부는 행안부·국세청 등 관계부처와 함께 엄정한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신탁 세제의 빈틈을 메울 보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어 "성실 납부자와의 형평성을 위해 종부세법상 신탁재산의 경우 납세의무자를 '위탁자'로 하는 예외조항을 추가해 합산과세를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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