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국내 은행이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출시로 주택저당증권(MBS)을 의무 보유하게 되면, 장기채를 매도하거나 장기채 매수를 줄일지 연기금과 보험사 등 장투기관이 지켜보고 있다. 금리 하락 국면에서 장기채 매수세 둔화와 장기채 일부 매도는 장투기관 입장에서 나쁘지 않은 재료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은행이 MBS 보유에 따른 듀레이션 확대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장기채 일부를 매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은행이 고유동자산인 MBS를 보유하게 되면 장기 국채를 보유할 유인이 감소하는 점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반면 은행발(發) 장기채 매도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적다는 반론도 나온다. 은행의 장기채 비중이 적은 탓이다. 국채와 MBS가 다른 채권이라 은행이 MBS를 보유하게 된 이후에도 장기 국채를 매도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 은행, 국내 채권 듀레이션 0.55년…MBS 보유로 듀레이션 확대될 듯

4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이달 2일 기준 은행의 국내 장외 채권 듀레이션은 0.55년을 기록했다.

은행의 채권 듀레이션은 올해 들어 축소세를 보였다. 듀레이션은 올 1월만 해도 0.91년을 나타냈다.

향후 은행의 채권 듀레이션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출시 이후 은행이 MBS를 의무 보유하게 되기 때문이다. 평균 의무보유기간은 3년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8월 말 변동금리·준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최저 1%대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출시계획을 확정했다.

대출 공급규모는 약 20조원이며 금리는 1.85~2.2%다. MBS 발행은 오는 12월부터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은행이 듀레이션 확대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장기채를 일부 매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안심전환대출 관련 MBS 발행 만기는 5~7년이 50%, 1~3년이 30%, 10년 이상이 20%로 평균 만기가 약 5년에 달한다"며 "은행의 채권 듀레이션이 0.55년인 점을 고려하면 은행의 듀레이션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은행은 MBS를 보유하게 된 이후에 장기채를 일부 매도하거나 매수를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MBS가 고유동자산이라 은행이 장기 국채를 일부 매도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운용역은 "MBS는 한국주택금융공사 보증이 붙고 위험가중치가 0%"라며 "고유동성자산 레벨1 자산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은행이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장기 국채를 보유할 유인이 감소하게 된다"며 "이는 장투기관 입장에서 저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최근 채권금리가 상승하는 등 변동성이 커졌으나, 금리의 중장기적 방향은 하락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은행, 장기채 매도 가능성↓…장기채 비중 적다"

반면 은행이 국채 등 장기채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적다는 분석이 나온다.

허정인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은행의 10년 초과 국채 잔액(순매도 포함)은 마이너스(-) 24조원"이라며 "은행이 발행시장에서 매수한 후 유통시장에서 매도하면 잔액이 마이너스로 집계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순매도 종목을 제외하면 4천600억원"이라며 "은행의 국채 잔액 중 10년 초과물 비중은 0~1% 사이다. 따라서 은행이 장기 국채를 대거 매도할 수 있다는 것은 기우"라고 진단했다.

실제 이달 2일 기준 은행은 국채 63조95억원(순매도 포함)을 들고 있다. 잔존만기 1년 이하는 27조3천841억원, 2년 이하는 20조763억원, 3년 이하는 14조8천43억원이다.

5년 이하는 26조3천300억원, 10년 이하는 -1조4천483억원, 10년 초과는 -24조1천369억원이다.

허정인 애널리스트는 국채와 MBS의 자산 성격이 다르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발행되는 MBS는 레벨1 평가를 받겠으나, 바젤위원회는 레벨1 자산 중에서도 자산 종류 혹은 발행인 구분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도록 규정한다"며 "MBS가 국채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은행이 MBS 보유로 국채를 매도할 가능성은 작다"고 했다. 이 경우 장투기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고유동자산은 레벨1 자산, 레벨2A 자산, 레벨2B 자산 등으로 나뉜다. 레벨1 자산은 국채, 통안채, 위험가중치 0% 공사채 등이다. 시장가치 전액이 고유동자산으로 인정된다.

레벨2A 자산은 위험가중치 20% 적용 공사채, 신용등급 'AA-' 이상 회사채, 커버드본드 등을 말한다. 시장가치에 할인율 15%를 적용한다.

레벨2B 자산은 신용등급 'A+'~'BBB-' 회사채 등이다. 시장가치에 할인율 50%를 적용한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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