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재일교포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흔들리고 있다. 4차산업혁명의 전도사라는 위상도 예전 같지 않다. 4차산업의 큰 손이지만 최근 투자성과가 신통찮아서다. 야심 차게 투자했던 사무실 공유 업체 위워크의 위상이 추락하고 3조원 이상 쏟아부은 쿠팡은 좀처럼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4차산업혁명의 야전사령관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처지도 손정의 회장과 닮은 꼴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개념을 제대로 규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손정의 회장과 과기부의 실책 가운데 하나가 초대용량 데이터의 안정적 처리를 의미하는 '스마트'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정립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손회장은 독점적 비즈니스 모델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 선점효과를 누려왔다. 중국의 알리바바에 대한 투자가 대성공을 거둔 데 따른 학습효과다. 위워크나 쿠팡도 이런 맥락에서 거금을 투자했다. 하지만 4차산업 혁명의 핵심 개념 가운데 하나인 스마트 관련 산업에 대한 손회장의 투자 성과는 아직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력 확보를 위해 고심하는 과기부도 스마트에 대한 개념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과기부는 5천500억원 규모의 블록체인 중장기 기술개발사업 예비타당성 신청서를 오는 11월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부가 설정한 성능 목표치는 10만TPS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TPS는 초당 처리 속도로 블록체인의 확장성과 안전성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과기부가 설정한 목표치가 현장의 기술 수준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일부 데이터 처리 전문 업체는 3M TPS 수준의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기 있기 때문이다. 과기부가 최근 기술 동향이나관련 업계 사정에 너무 어두운 탓으로 풀이됐다.

스마트시티와 스마트팩토리 사업도 '스마트'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정립하지 않은 탓에 혼선을 빚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예컨대 정부가 공고한 '2019년 스마트공장 보급 확산 사업안내'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지원대상이 대부분 제조실행시스템(MES: 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과 경영정보시스템(MIS:Management Information System)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가 지난 8월5일 보도한 '日제조업 스마트하게 이기려면..' 기사 참조>

MES는 생산이 비즈니스의 핵심인 제조업체의 경영을 지원하기 위한 정보시스템을 일컫는다. 전산업체들이 담당할 몫이다. MES는 이미 30년도 더 된 기술이다. 산업현장에서 마이크로 세컨드(microsecond:백만분의 1초) 단위로 수천만건이 쏟아지는 데이터를 처리할 능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MES는 데이터를 소비할 뿐이며 수집하거나 배포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진정한 스마트 팩토리는 데이터 처리결과가 생산현장에 직접 반영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스마트시티 사업도 같은 맥락에서 스마트팩토리의 처지에서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I(인공지능)와 IoT(사물인터넷) 등도 최종 구동 단계(Front-End Service)만 강조되면서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구동 체계가 아무리 좋아도 가동할 수 있는 연료(데이터)를 조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산업현장의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구축도 데이터처리 능력 부족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적용되는 데이터 속도를 해당 업체들이 감당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정책 당국자들은 이제라도 원천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할 필요가 있다. 최종 구동 단계(Front-End Service)에 아무리 많은 자원을 쏟아부어도 양질의 데이터 처리 능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모두가 헛수고다. 우리의 4차산업 혁명을 위한 노력이 아직도 작동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취재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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