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악화함에 따라 국내 채권시장이 이달뿐만 아니라 향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

7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지난 4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9.3bp 급락해 1.210%를 나타냈다.

현재 기준금리가 1.50%에 머물고 있음을 고려하면 이달 금통위에서 한 차례 인하에 이어 추가 인하를 일부 가격에 반영한 셈이다.

그간 채권시장에서는 기준금리가 1~1.25% 수준을 뚫으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개방경제 소국의 특성상 자금 유출을 경계해야 하고, 향후 정책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금통위가 신중한 행보를 보일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러한 상황에서 추가 모멘텀을 제공한 것은 미국 경제 상황이다. 중요한 선행지표인 구매관리자지수(PMI)는 경기 활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2009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서비스업 PMI도 52.6을 기록해 전문가 예상치(55.3)를 밑돌았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이달 추가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기준금리 기대치의 하한도 낮아지는 모양새다.

주변 개방경제 소국인 호주가 이미 기준금리를 0.75%로 낮춘 상황에서 한국은 불가하다는 의견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유럽은 예치금리가 마이너스(-) 0.5% 수준인데, 국내 기준금리 1% 수준 하한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내년 상반기 중 0.75%까지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우리 경제가 순대외채권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단 점도 1% 이하로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보는 배경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투자대조표 잠정치에 따르면 대외금융자산에서 대외금융부채를 뺀 순대외금융자산은 지난 6월 말 4천623억 달러를 기록했다. 3개월 전보다 260억 달러 증가해 사상 최대치 기록을 새로 썼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SG) 이코노미스트는 "우리 경제의 대외 건전성이 과거보다 양호해졌다"며 "금리 인하에 따른 원화 약세는 기대효과 중 하나로 볼 수 있는데, 당국이 우려하는 것은 통제가 안 될 정도로 환율이 치솟고 자본이 유출하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오 이코노미스트는 "다만 환율시장 불안이 그 정도로 커지지 않는다면 0.5%까지는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내년 성장률이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국내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1.8%까지 나오고 있는데, 대전제인 미국 리세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고 우리 경제가 더 나빠지면 금통위도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통화정책에 정통한 한 대학교수는 "금리가 낮아도 향후 원화 절상 기대가 있다면 자금이 떠나지 않고 오히려 들어올 수 있다"며 "경상수지 흑자나 순대외채권국 지위 등 펀더멘털이 뒷받침한다면 환율시장은 복원력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hwroh@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08시 59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