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금융시장이 극과 극으로 상반된 투자 신호가 범람하며 혼돈에 빠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최근 미국 성장에 대한 상반된 신호로 장기 경기 둔화의 시작인지 지난 10년간의 경기 확장에 대한 속도 조정인지 투자자는 판단하려 애쓰고 있다"고 진단했다.

◇ 고꾸라진 제조업·서비스업 지표에 커브도 장기간 역전

미국 경제의 성장 둔화나 경기 침체 징후까지도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지난주 나온 미국 9월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과 서비스업 지수는 모두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채권시장의 수익률 곡선(커브) 역전도 장기화했다. 특히,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등이 공통으로 경기 침체 지표로 활용하는 미국 10년물과 3개월물의 금리 격차는 지난 8월초 이후 다시 역전된 상태에 들어갔다.

석유나 구리와 같은 원자재 가격 하락세도 심상찮다. 원자재 가격은 투자 수요가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나타날 때 하락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의 이달 초순 펀드 매니저 설문에 따르면 경기 침체 우려는 최근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듀크대가 시행한 지난 3분기말 최고재무책임자(CFO)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70% 가까이가 내년 연말까지 미국이 경기 침체에 진입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의 낙관론은 지난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특히, 향후 12개월간 설비투자 증가율은 1% 미만일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지난해 3분기말 조사의 5.7% 증가율과는 크게 차이 나는 수치다.

이에 대해 캠벨 하비 듀크대 교수는 "기업과 투자자, 소비자가 예상하는 성장 둔화를 앞두고 소비와 투자가 억제됨에 따라 경기 둔화 가능성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동시에 이것은 과도한 차입과 같은 잠재적으로 위험한 행위를 억제해 다음 경기 침체의 심각도를 덜어줄 수도 있다"며 "핵심은 내년 경기 침체가 닥친다고 해서 놀라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고용은 '서프라이즈'…"둔화는 있어도 침체는 없다"

이런 진단과 대비되게 최근의 고용 지표는 놀라울 수준이다.

지난 주말 나온 미국의 9월 실업률은 3.5%로 지난 1969년 12월 이후 약 50년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실업률은 전월치와 시장 예상 3.7%도 큰 폭 밑돌았다. 신규 고용도 증가해 고용주는 꾸준한 속도로 일자리를 계속 늘리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에 대해 WSJ은 "많은 이들은 연준의 기준금리 정책이 증시를 떠받칠 것으로 예상하는데, 연준의 관망 기조가 변화하거나 즉각적인 경기 둔화를 시사하는 지표는 아닌 셈"이라고 풀이했다.

자산운용사인 '파, 밀러&워싱턴'의 마이클 파 대표는 "우리는 이 시장이 수년에 걸쳐 걱정의 시기에서 활기찬 시기로 변화하는 것을 목격해왔다"며 "그것은 단기적인 취약성이 있었지만, 장기적인 추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UBS자산운용은 "미국은 이미 발표한 관세 부과를 연말까지 시행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미국 성장률은 내년 상반기에 1%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 그런데도 경기 침체에 빠질 확률은 낮다"고 전망했다.

이어서 "미국의 추가 관세나 무역협상 결렬 등의 소식은 경기 회복기를 중단하고 글로벌 주가를 15~20% 삭감하기에 충분하다"고 관측했다.

이 운용사의 마크 헤펠레 CIO는 "우린 증시 노출을 줄였지만, 경기 침체를 대비하는 것처럼 상당 수준의 포지션을 비우라고 권고하지는 않는다"며 "전략적인 관점에서 (기존의) 투자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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