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우리 경제 곳곳에 적색경보가 켜지고 있다. 상장사들의 실적 부진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그나마 경제의 버팀목이 됐던 반도체 사업의 낙하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3분기 KOSPI 200 편입 종목의 3분기 실적을 보면, 영업이익이 작년 대비 반토막(-47%) 날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기업 실적은 부진의 깊은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향후 먹거리를 찾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 경제를 이끌었던 제조업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최저임금에 대한 부담과 주 52시간 제도, 소득주도 성장 논란 등은 기업의 투자 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구조적으로도 경제회복의 길은 쉽게 찾기 어려워 보인다. 저출산, 고령화의 덫에 빠져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있으며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하는 등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전형적인 일본형 장기침체의 시그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 경제 여건도 녹록지 않다. 미국은 2008년 발생한 금융 위기에서 벗어난 이후 최장기간 호황을 누리다가 최근 그 기세가 꺾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럽과 중국의 경기하강세도 만만치 않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해법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세계 경제 전체에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울 것으로 우려된다. 세계 경제의 영향을 크게 받는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다.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 저출산, 생산인구 감소로 통칭되는 우리 경제의 미래는 L자형 장기불황이 불가피하며 이 불황의 시대엔 파이를 키워 성장의 과실을 나누는 게 더이상 불가능하다. 제한된 파이를 어떻게 나누느냐가 화두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사회구성원 간 대화와 합의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정책의 콘트롤타워에서 명확한 로드맵이 나오고 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최근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벌어진 두 개의 시위를 보면 우리에게 과연 그러한 역량이 있는지 의문이다.

대화와 타협보다는 정쟁과 논쟁으로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건 아닌지, 양보와 합의보다는 각자도생과 이기주의만 만연한 사회가 된 것은 아닌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장점인 공동체 의식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승자독식과 개인주의만 남은 껍데기로 전락한 것 같아 씁쓸하다. 이것이 경제 위기보다 더 무서운 위기가 아닌가 싶다. (자본시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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