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쪼개기판매·하나銀 자료삭제 논란

윤석헌 "지주사 우리銀, 근본적 경쟁력 문제있어"

키코 분쟁, 이달 말 분조위 상정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이재헌 손지현 송하린 기자 =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이른바 금융권 블랙스완 사태로 비유되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 손실과 관련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징계 가능성을 시사했다.

불완전판매 문제가 적발된 우리은행의 손태승 행장과 KEB하나은행장의 지성규 행장에 대한 제재로 풀이된다.

윤 원장은 8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DLF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경영층에도 필요한 책임을 묻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DLF 사태가 단순한 금융상품 불완전판매가 아닌 은행의 영업행위 전반에 대한 총체적 문제인 만큼 경영진의 책임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한국당 김정훈 의원은 엄중 조치 대상에 금융기관장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실무자만 처벌받고 책임자에 대해선 아무런 징계 없이 끝내선 안 된다고 강조했고, 고용진 의원도 은행 경영진에 대한 직무 정지와 해임권고 수준의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DLF 사태를 두고 여야 의원들의 난타전이 이어지며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윤 원장은 '동의한다'며 제재 수위에 반영하겠다고 언급했다.

그간 윤 원장은 DLF 사태에 대한 강력한 처벌 의지를 드러내 왔다.

이날 국감에 앞서 발표한 업무자료에서도 윤 원장은 "DLF 사태는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금융회사가 투자자 보호에 소홀한 데서 비롯됐다"며 "확인된 위규 사항을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금감원은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현장 검사를 통해 리스크관리 소홀과 내부통제 미흡, 불완전판매 정황 등을 포착하고 추가 검사에 돌입한 상태다.

영업점 성과 지표상 비이자수익 배점과 경영계획의 판매목표를 상향 조정해 영업점의 무리한 상품 판매를 독려하거나 내부 상품위원회의 심의를 소홀히 한 정황이 다수 발견됐다. 또 본점 차원에서 DLF 위험성 관련 중요한 정보를 영업점에 제공하지 않고 영업점은 소비자에게 원금손실이 거의 없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는 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국감을 앞두고 해외 기업설명회(IR)를 간 손태승 행장과 지성규 행장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은 "은행장 증인 신청을 하려고 했더니 은행에서 강력하게 로비가 들어왔다"며 "소비자 피해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금감원에 협조할 테니 은행장을 부르지 말아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개별 은행 사안으로는 우리은행이 같은 만기와 구조로 짜인 사모형 DLF를 사실상 '쪼개기 판매'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윤 원장은 우리은행이 판매한 시리즈펀드에 대한 검사가 완료된 만큼 자본시장법 위반 여지가 있는지 금융위원회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이 유독 DLF 판매 과정에 문제가 많이 적발된 데 대해서는 지주사 체제 전환이 조급하게 진행되며 경쟁력 확보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고 윤 원장은 평가했다. DLF 사태뿐만 아니라 올해 들어 고액 현금거래 늑장 신고와 전산사고 등 연이어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은행이) 지주 쪽으로 가면서 업무 다각화나 수수료 수익 확대에서 상당히 프레셔를 느낀 것 같다"며 "근본적인 경쟁력 문제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은 금감원 검사를 앞두고 DLF 관련 내부 문건을 삭제해 문제가 됐다. 이번 삭제 논란은 금감원의 추가 검사 과정에서 적발됐다. 삭제된 자료는 금감원 검사에 대비하기 위해 열린 내부 회의 자료와 판매 관련 통계자료 등이다.

 

다만 하나은행 측은 삭제한 자료가 고객 전산자료가 아닌 동향파악을 위한 내부 문건이라며 고의성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자료의 삭제 시기 역시 금감원의 검사 일정이 확정되기 전이라 의도적이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KEB하나은행은 앞서 채용 비리 사태 때도 관련 자료를 삭제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현재 금감원은 금융보안원과 포렌식 조사를 통해 삭제된 자료 대다수를 복구한 상태다. 윤 원장은 이번 사태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진행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을 향한 책임론도 불거졌다.

지난해 금감원이 외부 전문인력을 통해 실시한 미스터리 쇼핑이나 지난 4월 접수된 분쟁조정위원회의 DLF 사례를 통해서도 문제점을 인지하는 못한 것은 금감원이 안일한 자세로 대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이에 DLF 관련 현장 검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제도 개선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펀드 수수료체계 전반에 대한 재검토와 함께 은행의 고위험상품 판매 영업에 대한 내부통제 방안이 핵심이다.

윤 원장은 "감독원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사모펀드 활성화는 국가적으로 플러스 되는 쪽이 있으니 그걸 허용하되 부작용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하겠다. 큰 틀에서 전체 문제를 봐달라"고 말했다.

다만 은행의 DLF 판매 자체를 사전에 원천봉쇄하는 데 대해서는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간 강경한 판매규제 입장을 시사한 것에서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윤 원장은 "은행이 이런 상품을 팔아선 안 된다고 사전에 규제하는 것은 어렵다"며 "은행이 절대적으로 (판매해선)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조건부로는 그런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변호사 비용 제공 등 DLF 피해자에 소송 지원도 언급했다.

윤 원장은 "상당히 소비자 입장에서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있어 가급적 부당하게 취급받지 않도록 분조위를 조정할 것"이라며 "공익의 목적이면 소송지원도 가능하다. (DLF 피해자 소송 지원도) 그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윤 원장은 키코(KIKO) 사태와 관련해 분쟁 조정 절차도 조만간 마무리될 것으로 내다봤다.

윤 원장은 이달 안으로 키코 분조위를 열어달라는 제 의원의 요구에 "분쟁에 연루된 6개 은행과 조정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완벽하게 조정하지는 못했지만 많은 성과가 있는 상태로 의견이 어느 정도 근접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민병두 정무위원장은 "10월 말 열릴 키코 분조위는 사회적 신뢰성과 공공성을 각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분조위 합의가 다소 미흡하더라도 보기 드문 합의 노력이므로 대승적으로 수용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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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9시 52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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