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테일리스크' 단어가 보편화했다. 테일리스크는 사건의 발생 가능성은 매우 작지만, 발생하게 되면 자산가치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이다. 금융기관은 물론이고 금융 당국도 테일리스크의 발생 가능성을 점검하는 것은 필수다.

금융기관은 이를 관리하기 위해 리스크관리 부서를 따로 두고 있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중에서도 시장위험과 신용위험, 운영위험 등을 주기적으로 분석하고 위험을 적절하게 관리하기 위해 노력한다.

금융당국은 위험이 시스템리스크로 번지지 않도록 관리 감독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은 분기마다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리스크를 점검하고 국민에게 알린다.

시스템리스크를 분석하는 한은조차도 생각하지 않는 리스크가 있다. 바로 금리상승 리스크다.

한은은 지난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리상승 시 고위험가구 수 및 부채변동 현황에 대한 요구자료에 "최근 금리상승 위험이 낮아 금리상승이 고위험가구 수 및 부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국고채가 발행되기 시작한 후 2000년대 이후 금리는 점진적으로 하락해왔다. 금융위기 등 위기상황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저성장 기조와 맞물리며 금리는 계속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수의 경제주체가 금리 하락을 예상한다면, 이런 전망을 바탕으로 리스크를 늘려나가게 된다. 이럴 경우 금리 상승에 따른 민감도가 커지게 된다.

금리 하락 추세라고 해도 채권시장이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건 금융시장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금리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움직일 경우 금융시장과 경제주체가 맞닥뜨릴 파장은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다시 사상 최저 수준인 1.25%까지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저성장·저물가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도 녹록지 않다. 금리가 크게 오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도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시장이 움직일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다.

돈만 보고 움직이는 금융시장과 달리 한은은 금융안정 리스크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경고를 할 의무가 있다. 한은조차도 이런 리스크에 둔감해진다면 금융시장은 브레이크 없는 폭주 기관차가 될 소지가 충분하다. (금융시장부 전소영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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