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뭐 하고 있었나. 금융권 책임에 대해서 응당한 제재를 하겠다고 하는데, 마치 모든 책임이 금융권에 있고 금융감독당국은 책임이 없다는 것으로 들린다. 금융감독당국은 은행권 이상의 책임이 있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때 이를 미연에 방지하는 게 금융감독원이 해야 할 일인데, 사태가 터진 뒤 할 수 있는 것은 사후 분쟁뿐이고 한계가 있다고 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 사태가 터지고 나서 문제를 인지하려면 금융감독원이 왜 있는 건가"

지난 8일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장에서 최근 대규모 투자손실을 부른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DLS) 사태의 책임에 대해 여야의원들이 금융감독원의 관리·감독에 대한 책임론을 두고 쏟아낸 발언들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파생결합상품 관련 합동검사 중간결과를 통해 은행들의 내부통제와 위험관리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결론을 냈다. 은행들이 수수료 수익을 위해서 고위험상품을 판매하면서 고객에게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정감사장에서 나온 지적들과 같이 금융감독당국도 이번 파생결합상품 투자손실 사태의 책임론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사실 금융감독원은 파생결합상품 사태를 막을 기회가 있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0월 실시한 파생결합상품 미스터리쇼핑의 결과에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고령 투자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두 은행에 미흡과 저조 평가를 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이 고위험상품인 파생결합상품의 판매실태를 점검하면서 투자자 보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았으면서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방치함으로써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졌다는 주장이 나오는 까닭이다.

파생결합상품의 리스크는 과거 키코(KIKO) 사태로 엄청난 비용을 치렀음에도 유사한 사례가 다시 불거졌다는 점도 문제다. 금융권이 금융감독당국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사모펀드를 이용했다고 하지만, 파생결합상품에 대한 감독당국의 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론에서 벗어나긴 어렵다. 소비자단체들이 파생결합상품 사태의 공범으로 금융감독당국을 지목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의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처럼 투자손실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만큼 금융시장의 심판으로서 금융당국의 역할이 무겁다는 의미다.

더욱이 금융권은 금융감독원에 매년 수천억원의 감독부담금을 지급한다. 감독부담금은 금융감독원 운영경비의 80%에 이른다. 이 감독부담금은 궁극적으로 금융권이 금융감독원에 제대로 된 감독 서비스를 기대하면서 지불하는 비용이다. 금융 사고가 불거진 이후 뒷수습만 할 게 아니라 금융권이 지급한 금액만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얼마나 충실하게 서비스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국정감사에서 파생결합상품 사태에 대해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과거 소비자 보호 민원이 발생할 때마다 금융권에만 책임을 돌리던 모습과는 일견 다른 모습이다. 금융감독당국이 금융권에 내릴 제재 수위와 함께 자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책임을 질지도 지켜볼 일이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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