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지난달 16일, 단기로 자금을 조달하는 단기금융시장에서 이상 움직임이 포착됐다.

미국 초단기금리인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금리가 급등하고, 이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인 연방기금(FF)금리도 들썩였다. 2%대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던 레포금리는 장중 4.75%까지 상승했고, FF금리는 2.14%에서 2.25%로 뛰어올랐다.

수 주 전부터 시장에서 경고했던 단기자금시장의 유동성 부족 가능성이 현실이 된 것이다.

단기금융시장에서 레포시장의 일평균거래량은 1조 달러, FF시장은 700억 달러로, 레포시장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1천억 달러 상당의 법인세 납부를 위한 자금 수요가 새로 생겼고, 그 전주 입찰을 통해 받은 국채 결제를 위한 자금 수요도 순수하게 540억 달러 늘어나는 등 일시적으로 자금 수요가 몰린 결과다.

시장에서는 심상찮다는 말이 나왔고, 다음날인 17일에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시장이 열리자마자 레포금리는 8.5%를 웃돌았고, FF금리는 목표금리 상단인 2.25%를 뚫고 2.3%까지 올랐다.

레포시장에서 발생한 단기자금 경색이 FF시장으로도 번지며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됐다. 목표금리 상단을 뚫은 FF금리를 보고 연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FF시장에서 주로 자금을 공급하는 연방주택대부은행(FHLB)과 정부보증은행 등이 뜨겁게 달아오른 레포시장으로 자금을 이전했고, 연쇄적으로 FF시장에서도 자금이 부족해졌다.

레포금리가 오르면 레포시장과 FF시장간 재정거래 유인이 발생한다. FF시장의 자금공급기관은 운용자금을 레포시장으로 옮기게 되고 FF자금 공급은 자연스럽게 축소되고, FF금리가 상승하는 악순환이 시장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단기자금시장 통제력을 상실한 것이 아니냐, 주말부터 예견됐던 단기자금 혼란을 이틀이 지나서야 조치를 하는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 속에서 연준은 11년 만에 처음으로 유동성 공급이라는 시장 개입에 나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준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양적완화 등 부양책을 도입해 시장에는 유동성이 넘쳤다. 유동성 공급이라는 시장 조작의 필요성이 없었던 만큼 연준의 레포 운용은 2008년 이후 처음이었다.

연준의 공개시장조작을 담당하는 뉴욕 연은은 17일 갑자기 레포 운용을 발표했다가 기술적인 문제로 취소하기도 하는 등 한바탕 혼란이 일었다. 첫날 연준은 532억 달러를 2.48%의 가중평균 낙찰금리에 공급했다.

연준이라는 구원투수가 등판한 만큼 레포금리와 FF금리 등은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자금 수요는 지속했다.

시장개입 이틀째인 18일부터 연속 사흘 동안 시장의 자금 수요는 연준의 배정한도인 750억 달러를 상회했다. 연준은 배정한도만큼만 유동성을 공급해야 했다.

이런 혼란 속에서 17~2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열렸다. 단기자금시장 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발표될 수 있을 것이란 시장의 기대와 달리 발표는 없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단기자금시장 관련 대책은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고만 언급했지만, 연준은 초과지준에 대한 이자인 IOER를 30bp 인하(2.1→1.8%)해 정책금리 목표범위 상단(2.0%)과의 격차를 20bp로 확대했다. 이전보다 5bp 더 늘린 것이다.

연준은 FF금리가 목표범위 상단에 근접할 때마다 IOER을 더 낮게 조정해 FF금리 안정을 유도했다. 효과는 단기에 그쳤지만, 이번에도 IOER 카드를 꺼냈다.

20일 연준은 그동안 시행했던 1일물 레포 매입을 10월10일까지 연장하고, 이와 함께 3번에 걸쳐 14일물 레포도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주가 시작된 23일에 자금 수요는 제한규모 이하로 떨어졌지만, 24일과 25일에는 다시 연준의 한도를 넘어섰다. 연준은 26일부터 1일물 레포 매입한도를 1천달러로, 기간물 규모도 확대하기로 했다.

14일 기간물 레포 매입으로 이후 자금수요가 호전됐고, 분기말이 지나자 연준은 이번달 1일부터는 오버나이트 한도를 기존 750억 달러로 축소했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자금 부족에 대비해 연준은 14일은 물론 6일과 15일 등의 기간물 레포 매입을 추가로 8회 실시하기로 했고, 1일물 레포 매입은 11월4일까지 매일 시행키로 했다. 오는 15일에는 법인세 납부가 또 예정돼 있다.

17일 동안 1일물과 기간물 레포 매입을 통해 시장에 푼 유동성만 1조 달러 이상이다. 연준은 17일 동안 숨 가쁘게 달려왔고, 앞으로도 달려야 한다.

연준은 "성공적"이라고 자평하지만, 경제 규모가 커진 만큼 이제는 구조적인 해결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IOER 조정이나 레포 운용에서 나아가 대차대조표 확대를 통한 자산매입이나 스탠딩 레포 제도 도입 등의 필요성도 커졌다. (곽세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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