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위기에 빠진 디스플레이 사업을 살려내기 위해 퀀텀닷(QD) 디스플레이를 새로운 기회로 삼아 13조원을 쏟아붓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0일 충남 아산캠퍼스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신규 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서 2025년까지 QD 디스플레이 생산시설 구축과 연구·개발에 총 13조1천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투자를 통해 대형 디스플레이 기술의 방향을 액정표시장치(LCD)에서 QD 디스플레이로 전환해, QD를 기반으로 대형 디스플레이 산업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갈 계획이다.

QD 디스플레이는 올레드(OLED)의 일종으로, 빛의 3원색(빨간색·초록색·파란색) 가운데 파란색을 광원으로 쓰고 그 위에 적·녹 QD 컬러필터를 올리는 방식을 쓴다.

이는 LG디스플레이가 TV용 대형 패널에 적용하는 백색(W) 올레드 방식과 차이가 있다.

업계에선 발광층을 쌓아 만든 백색 올레드에 3원색 컬러필터를 탑재하는 W 올레드보다 QD 올레드의 생산성과 색 재현력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한다.

LG전자의 '올레드 TV 진영'에 맞서 'QLED TV 진영'을 이끄는 삼성이 QD 디스플레이 투자에 나서면서 TV용 대형 올레드 패널에 재도전한다는 의미도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이처럼 대형 올레드 패널에 대규모 투자하며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도 경쟁사들과 '초격차'를 벌리고자 나선 것은 이재용 부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삼성디스플레이 충남 아산캠퍼스를 방문해 "지금 LCD 사업이 어렵다고 해서 대형 디스플레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지금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다가올 새로운 미래를 선도해야 한다"며 "기술만이 살길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전자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도 미래의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원활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달 경기도 수원사업장에서도 IT·모바일(IM) 부문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며 "어떤 경영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말고 미래를 위한 투자는 차질없이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사업은 중국발 공급 과잉에 따른 LCD 사업 부문의 수익성 저하로 위기를 겪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2분기 7천5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애플이 당초 계약한 올레드 패널 물량을 주문하지 못하면서 삼성전자에 지급한 약 9천700억 원(8억 달러)의 보상금 요인을 제외하면 사실상 적자를 나타냈다.

이 부회장이 결정한 13조1천억 원이라는 투자 규모는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의 올레드 생산 공장 투자 규모를 웃도는 것이기도 하다.

LG디스플레이는 올레드 패널 생산라인에 2조8천억 원을 투자한 후 3조 원을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LG디스플레이는 파주 올레드 공장과 중국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시 공장 등을 통해 오는 2022년께는 연간 1천만대 이상의 올레드 패널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파기환송심을 앞둔 상황에서 해외 사업장 방문과 각국 주요 인사 접견을 통해 경영 현황을 직접 챙기는 동시에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 총수'로서의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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