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과 중국 간의 고위급 무역 협상 첫날이 종료됐다.

류허 중국 부총리가 회담 종료 후 미 무역대표부(USTR) 건물을 떠나는 모습이 목격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협상이 매우 잘됐다고 말했다.

10일(현지시간) 더 힐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과 막 협상을 마쳤다. 우리는 매우 잘하고 있다"라며 "나는 백악관에서 류허 부총리를 만날 예정이다. 매우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미·중 고위급 회담은 지난 7월 말 이후 첫 회담으로 불확실성이 가중된 가운데 이뤄졌다.

전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실무진 회담에서 양측이 협상에 진전을 거두지 못했으며 류허 부총리가 예정보다 하루 일찍 협상을 마치고 돌아갈 것이라고 보도하면서 협상 결렬 우려가 부상했다.

하지만, 회담 직전 백악관이 중국 화웨이에 대한 수출규제를 완화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협상 분위기는 개선됐다.

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일부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와 거래할 수 있도록 특별 면허를 발급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이번 승인이 고위급 무역 협상에서 중국에 대한 선의의 행동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회담 직전 중국과 협상에 있어 중요한 날이라며 다음날인 11일 류허 부총리를 백악관에서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협상 타결의 불확실성이 남아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류허 부총리 간의 회동 계획은 투자 심리를 개선했다.

이번 협상에 참여하는 중국 대표단만 50명가량으로 실무진 회담은 주초인 7일부터 시작됐다. 협상 내용은 비공개라 취재진을 통해 간간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불확실성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미국 재계 단체는 회담을 낙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국 상공회의소 수석부회장은 "이번 주 그들은 성과를 낼 목적으로 워싱턴에 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만약 협상이 긍정적일 경우 오는 15일 예정된 중국산 제품 2천500억달러어치에 대한 관세와 12월 15일 예정된 1천6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도 미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포괄적 합의가 도출되기는 여전히 힘들어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중국의 소수 무슬림에 대한 인권 침해를 이유로 28개 기업 및 기관을 거래 제한 목록에 올렸다.

여기에 미국프로농구(NBA) 휴스턴 로키츠의 단장이 홍콩 시위를 지지하면서 중국 내 여론이 악화하는 점도 중국 측으로서는 부담이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을 추가 구매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재차 시사해왔으나 구조적 이슈에 대해서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국내에서 탄핵 절차 등 정치적 논란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에 내몰려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양측이 보다 쉬운 부문에서 먼저 합의하고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추후 대화를 지속하는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한 외신은 미국이 지난 2월 잠정 합의했던 환율 협정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브릴리언트 상공회의소 수석 부회장은 미국 관료들과 회동 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주 환율 합의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무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답변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WSJ은 전했다.

WSJ은 양측의 환율 합의는 지난 4월 협상에서 거의 마무리됐으며 이는 미국이 캐나다, 멕시코와의 새 무역협정에 포함한 환율 조항을 본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합의에는 어떤 나라도 자국 통화를 절하하지 않는다는 약속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그러한 약속을 수차례 해왔고, 주요 20개국(G20) 성명에서도 여러 차례 관련 약속이 언급됐다.

따라서 협상이 타결되려면 이행 메커니즘이 뒤따라야 한다는 게 신문의 지적이다.

WSJ은 환율 합의가 의미 있는 단계로 나아가려면 중국이 외환시장에서의 거래 자료를 공개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외환보유액의 구성이나 외환시장에서의 매매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중국이 환율을 조작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초 "중국이 그들의 통화를 절하하고 많은 돈을 시스템에 쏟아부어 관세 비용을 치렀다"고 주장하며 통화 가치 절하를 중요한 이슈로 여기고 있음을 시사했다.

류허 부총리는 회담에 앞서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협상을 통해 긍정적인 진전을 이룰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ysyoo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07시 47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