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올해 11월 1일부터 유럽중앙은행(ECB)을 이끌 크리스틴 라가르드 차기 ECB 총재가 임기 시작도 전에 분열된 ECB 내 이견을 하나로 도출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공개된 ECB의 지난 9월 11~12일 통화정책 회의 의사록에서 위원 간 견해차가 크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라가르드 차기 총재의 부담도 늘어나게 됐다고 진단했다.

의사록에 따르면 "많은 위원이 양적완화(QE)의 재개 결정에 반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ECB는 지난 9월 회의에서 예금금리를 기존 -0.4%에서 -0.5%로 인하하고, 작년 말 종료했던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11월부터 매달 200억유로 규모로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반대 의사를 나타낸 위원들은 전체의 3분의 1이었다.

반대 의사를 보인 위원들은 QE가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돼야 하며 유로존 국채금리가 이미 너무 낮은 상황이라 더는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적어도 한 ECB 위원은 QE의 재개가 추가 채권 매입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를 창출해 ECB가 매입할 수 있는 적격 채권 공급을 고갈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WSJ은 이견의 징후 중 하나로 위원들이 ECB가 유로존 국채를 3분의 1 이상 매입하지 못하도록 한 제한 규정을 수정하는 논의도 하지 않은 점을 꼽았다.

의사록은 "제한에 대한 논의는 관련 이슈가 더 긴급해질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ECB가 해당 규정을 수정하지 않고 한 해 더 같은 방식으로 자산 매입에 나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리와 관련해서도 이견이 상당했다.

일부는 금리를 0.1%포인트보다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고, 다른 이들은 금리를 0.1%포인트 인하하는 데에도 반대했다.

많은 위원은 마이너스 금리 환경에서 은행을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을 도입하자고 한 ECB의 결정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했다.

위원들은 정책 금리 인상을 시작하는 시기와 관련해 투자자들에게 선제 안내를 주는 방식에 대해서도 이견을 드러냈다.

지난 9월 ECB 통화정책 이후 양적완화 재개를 반대해온 독일 측 이사인 자비네 라우텐슐라거가 전격적으로 사퇴하며 ECB 내 이견이 표면화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11월부터 ECB를 이끌 라가르드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라가르드 차기 총재는 지난달 초 열린 유럽의회 경제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약한 성장세와 낮은 인플레이션 등을 고려할 때 매우 완화적인 정책이 장기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라가르드 차기 총재는 다만 계속되는 현재의 비전통적 정책의 부작용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은 라가르드 차기 총재가 현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완화적 기조를 이어갈 것을 시사한다.

ING의 카르스텐 브르제스키 이코노미스트는 WSJ에 ECB 내 균열은 "중앙은행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그에 따라 정책 효과도 떨어뜨린다"라며 "여전히 그러한 균열이 남아있는 한 경제 전망이 악화하더라도 임박한 추가 부양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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