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초 문제점 파악 후 5개월간 묵인


높은 선취수수료에 영업점 판매 강행…금감원 현장검사 진행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우리은행이 펀드 환매 연기를 선언한 라임자산운용의 부실을 사전에 인지했지만, 손태승 우리은행장에게는 5개월여간 보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석 달 만에 수천억원 규모의 펀드를 판매한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음에도 내부 통제시스템이 허술하게 운영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4월 초 라임자산운용 펀드에 대한 내부 검토를 진행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1분기에만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6천억원 가까이 판매했다. 지난해 연간 판매액이 1천억원에 불과함을 고려하면 6배나 급증한 규모다.

 

주로 판매한 펀드는 사모사채와 자산 유동화를 기초자산으로 한 '라임TOP-2'와 '라임플루토-FI', 그리고 무역금융과 대출채권을 담은 '라임무역금융' 펀드다.

 

이중 '라임플루토-FI'와 '라임무역금융'는 리스크방지 차원의 검토가 진행된 이후 4월 말까지 판매가 이어졌다.

 

우리은행은 내부검토 과정에서 해당 펀드의 기초자산이 불투명하게 운용되는 데 주목했다.

 

펀드의 자산이 특정 법인의 대출에 집중돼 있고, 그 규모가 1천억원을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가 된 법인들은 라임자산운용이 판매한 다른 메자닌 펀드와 연루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당시 금융권에서 해당 펀드들은 코스닥 기업의 전환사채(CB)를 활용한 편법거래로 수익률을 돌려막고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라임자산운용은 거래가 정지되거나 상장폐지 요건이 발생한 파티게임즈와 바이오빌, 폴루스바이오팜 등의 CB를 이들 법인에 넘겼다. 메트로폴리탄과 메트로폴리탄씨앤디, 메트로폴리탄건설, 메트로폴리탄개발, 엘씨인터내셔널, 아이엠지인터내셔널 등이다.


이들 대다수는 자본금 대비 10배 이상의 대출을 보유한 경우가 많았다.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원 다수가 겹쳤다. 사명 교체도 빈번했다.

 

일례로 메트로폴리탄씨앤디는 라임자산운용의 부동산 펀드 시행업무를 맡은 곳으로 자본금은 1천만원에 불과하지만, 대출액은 500억원에 달했다. 이곳의 임원은 라임자산운용이 CB를 넘긴 다른 법인에도 중복적으로 이름을 올렸거나 과거에 몸담았다.

 

만약 이들 법인이 사채를 발행할 경우 펀드가 보유한 자산에는 차주가 다르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같은 위험을 중복해서 안게 되는 셈이다.

 

이에 당시 우리은행은 라임자산운용 측에 펀드의 자산과 담보가치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다. 하지만 라임자산운용은 사모펀드의 경우 법적의무가 없다는 논리로 공개하지 않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같이 펀드를 많이 판 대신증권도 이미 판매를 중단한 시기였다"며 "WM 쪽에선 DLF보다 투자 내역을 명확히 알 수 없는 라임펀드가 더 큰 위험이 될 것이란 지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사모펀드 판매에 적극적인 PB센터 등 영업점을 중심으로 라임자산운용의 펀드를 판매했다.

 

'라임TOP-2'는 위험등급 4등급의 펀드로 6개월 만기에도 선취수수료가 0.7%나 됐다. 최소 가입액 제한이 있는 '라임무역금융'(1억원·6개월 만기)의 선취수수료는 0.8%, '라임플루토-FI'(2억원·1년 만기)는 1.20%였다.

 

우리은행 또 다른 관계자는 "대부분 연간 3~5% 기대수익이 가능한 펀드였고, 투자위험등급이나 만기에 비해 일반 펀드보다 수수료가 좋았다"며 "모든 영업점이 전사적으로 판매했다기보다 수요가 있는 영업점 위주로 집중적으로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직 안팎의 경고에도 손 행장은 이 같은 진행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 손 행장에게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보고가 처음으로 전달된 것은 지난 9월 초다.

 

금융당국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에 이어 라임자산운용 펀드마저 시중은행 중 우리은행이 가장 많이 판매했다는 점을 들어 자산관리(WM) 상품에 대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고 보고 있다. 환매 연기를 선언한 '라임TOP-2'와 '라임플루토-FI' 펀드의 경우 대신증권과 KB증권 등 증권사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내부적으로 스트레스테스트를 통해 채권 회수율을 점검한 경우가 많았다.

 

비이자수익을 위해 투자자산도 확인하지 않고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했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앞서 윤석헌 금감원장은 우리은행이 조급히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다 보니 수익성 확대 압박을 크게 느껴 DLF와 같은 사태가 발생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을 포함해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판매사에 대한 검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모펀드라는 특수성이 있고 아직 손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유동성 측면에서 시장에 리스크가 될 소지가 있어 라임자산운용을 시작으로 지난 8월부터 검사에 착수했다"며 "판매사의 경우 리스크관리를 어떻게 했는지,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는 없었는지 등을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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