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CJ제일제당이 1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강서구 가양동 부지 매각을 추진한다.

서울시가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을 부결하면서 사실상 개발이 무산된 데다, 연이은 대형 인수·합병(M&A)으로 차입금 규모가 11조원을 넘어서자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본격 나서려는 차원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그간 가양동 부지에 대해 개발쪽에 무게를 뒀지만, 최근 제반 사정을 고려해 매각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구체적인 일정이나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가급적 올해 안에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가양동 부지는 10만 5천762㎡ 규모로 9호선 양천향교 역 바로 앞에 있는 초역세권으로 마곡 도시개발지구에 인접한 알짜 부지다.

바이오연구소로 사용되다가 2007년 연구소를 수원 광교로 이전하면서 사실상 유휴부지가 됐다.

장부가액은 6천억원 수준이지만, 시장가치는 1조원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12년 준공업지역으로 묶인 이 부지를 개발해 아파트, 쇼핑몰 등 복합 주거문화시설을 짓겠다는 계획을 서울시에 제출했고, 특별개발구역 승인을 받았다.

당시 서울시의 조례대로라면 전체 면적의 40%만 산업부지로 확보하면 나머지 60%는 아파트를 지어 수익 창출이 가능했다.

CJ제일제당은 7년 만인 지난 7월 가양동 부지에 업무시설 5개 동과 1천200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건설에 분양한다는 계획을 서울시와 강서구에 제출했다.

하지만 서울시 시의회가 이달 초 열린 임시회에서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을 부결하면서 사실상 부지 개발 계획이 무산됐다.

CJ제일제당은 2015년 이전 조례대로 아파트로 지을 수 있는 면적을 전체의 60%를 확대하는 개정안이 통과되길 바랐지만, 결국 실패하면서 매각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 조례 개정안이 재추진하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린 뿐 더러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도 크지 않아 사실상 무산된 것이나 다름없다"며 "가양동 시세 등을 고려했을 때 아파트로 개발할 수 있는 면적이 줄면 그만큼 예상 수익도 줄 게 된다"고 전했다.

CJ제일제당 입장에서는 차입금 규모를 대폭 줄여 재무개선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의 순차입금은 11조원으로 작년 말(7조7천억원)보다 3조원 이상 늘었다.

조정순차입금 대비 EBITDA(상각전 영업이익)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4.2배에서 올 상반기에는 6.3배로 상승했다.

지난 2월 미국 냉동식품 가공업체 쉬완스컴퍼니 지분 70%를 1조9천억원에 인수하면서 차입금 규모가 크게 확대된 데다, 네덜란드 사료업체 뉴트레코에 사료사업부를 매각하려던 계획이 무산되면서 유동성 여력이 줄어든 상황이다.

신용평가사들은 CJ제일제당의 차입금이 과도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유휴자산 매각은 지속할 계획이며 가양동 부지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보고 있다"며 "차입금이 확대되긴 했지만, 재무 안전성을 걱정할 위기 상황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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