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미국과 중국이 15개월간의 무역분쟁 끝에 처음으로 '1단계 무역협정'에 합의하면서 앞으로의 협상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가격에 얼마나 반영할지에 대한 시장 참가자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14일 미국과 중국이 1단계 합의를 끌어내면서 앞으로 남은 단계의 합의에 대한 기대도 다소 커졌다고 내다봤다.

다만, 미국 내에서는 이번 합의가 '스몰딜'에도 못 미치는 '미니딜' 또는 ' 마이크로딜'로 평가 절하되고 있는 만큼 1단계 합의로 인한 위험자산 선호 분위기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번 협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류허 중국 부총리를 면담한 이후 공식적인 합의문 없이 트럼프 대통령의 성명으로 발표됐다.

중국은 400억~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사들이기로 했고, 미국은 오늘 15일 중국산 제품 2천500억 달러어치에 부과할 예정이던 관세율 인상을 보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장의 관심을 끈 환율 문제와 지식재산권 문제, 금융서비스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지만, 시장이 기대하던 결과 없이 언급에만 그쳤다.

시장 참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미국 내에서 상당히 불안해졌다며 합의가 늦춰질수록 마음이 급해지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뿐이라고 진단했다.

A 시중은행의 외환 딜러는 "미중 합의가 나온 가운데 브렉시트도 긍정적인 소식이 들리면서 전형적인 리스크온 장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이번 1단계 합의로 그동안 평행선을 달려오던 미중 협상에 대한 전제가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협상을 어떻게든 좋은 쪽으로 도출해야 하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이들은 당분간 시장은 위험 선호 분위기를 반영해 움직일 것이라면서도 최종 합의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고 전했다.

이번 주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결과도 시장이 선반영한 만큼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B 시중은행의 외환 딜러는 "리스크 온으로 투자심리는 나아지겠지만, 근본적으로 협상에 긍정적인 분위기로 돌아섰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레인지는 낮아진 상황에서 제한적인 등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1단계 합의에 대한 시장 반응은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안도감과 환율협정 등 기대한 합의가 나오지 않은데 대한 실망이 얽혀있다"고 덧붙였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환율 합의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던 것만큼 서프라이즈는 없었다"며 "다음 달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까지는 시장이 위험 선호 분위기를 반영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주 금통위가 있지만, 이달 금리 인하에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며 "이미 반영된 만큼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다만, 예상치 못한 브렉시트 합의 기대와 중국 경기 부양 기대 심화, 일본 닛케이 지수 상승 등은 달러-원 하락세를 가속할 재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럽연합(EU)과 영국이 오는 31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시한을 앞두고 협상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막판 합의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A 딜러는 "달러 인덱스에 파운드화가 포함된 만큼 브렉시트 이슈로 파운드화가 오르면 달러 인덱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미·중 합의와 더불어 브렉시트도 긍정적인 결론이 난다면, 전체적인 달러 인덱스는 떨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아시아 주식 분위기도 살펴야 하는데 닛케이 지수가 큰 폭으로 오른다면 달러-엔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며 "이는 미국 채권금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닛케이 움직임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경원 연구원은 "이번 주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지표가 발표되는데 성장 속도 둔화는 이어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미중 합의로 경직된 분위기가 풀리면서 오히려 경기 부양책이 더 나올 것이란 기대 심리로 연결될 수 있다"며 "이 경우 달러-원 환율도 좀 더 아래로 테스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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