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올해 투자 성과가 크게 좋았던 채권시장이 딜레마에 빠졌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진단했다.

매체는 14일(현지시간) "경기 침체 리스크가 커진다는 신호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역대 최저 수준에 가까운 채권 금리는 딜레마를 만들어낸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블룸버그바클레이즈 자료에 따르면 올해 미국 국채를 투자했을 때 얻는 수익률(가격 변동+이자 지급)은 7.3%로, 이는 지난 10년간의 평균치 2.2%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올해 회사채 수익률도 13%로, 지난 10년간의 평균치 6.1%보다 두 배 이상 높다. 고금리 채권은 올해 11%의 수익률을 보여 지난 10년간의 평균치 13%를 크게 밑돌지는 않았다.

올해 들어 채권 금리가 크게 하락하며 투자 수익률이 오른 것으로, 일부 투자자는 금리의 추가 하락 여지가 거의 없다고 우려한다.

실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7%로, 역대 최저치와 40bp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꾸준한 경기 성장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라는 이례적인 조합으로 채권 랠리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채 대신에 회사채를 보유하는 데 따라 투자자가 추가로 요구하는 수익률도 수 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고금리 회사채의 크레디트 스프레드는 390bp, 투자등급 회사채의 크레디트 스프레드는 115bp를 각각 나타냈다.

미국 국채 금리가 추가로 하락하기 위해서는 경제에 새로운 감속 징후가 나타나야 한다. 이는 반대로 정크본드를 비롯한 회사채에는 타격을 준다. 경기 둔화기에는 이들 크레디트물을 파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회사채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갑작스러운 경기 성장세는 미국 국채 투자에는 해로운 요인이 된다.

이에 대해 시트 인베스트먼트의 브라이스 도티 채권 매니저는 "이것은 우리처럼 채권에 투자하는 사람들의 딜레마"라고 말했다.

그는 "주 정부와 지방정부가 발행한 채권을 추가했다"며 "이는 더욱 매력적인 금리와 대부분의 회사채보다 더욱더 견조한 크레디트 품질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WSJ은 "경기 침체 우려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는 올해 모든 종류의 채권 가격을 끌어올렸다"면서도 "이런 (전방위적) 가격 상승세가 영원히 이어질 수 없다는 우려로 일부 투자자는 시장의 이례적인 구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채권 투자자는 또한 무역전쟁에 따른 글로벌 성장 둔화 속에 기업의 이익이 위축되는 것을 우려한다. 팩트셋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의 3분기 이익이 4%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지난 2016년 이후 분기별 최대 감소폭이다.

기업 채무불이행률이 과거 평균보다 훨씬 낮더라도 기업 이익의 감소는 크레디트 스프레드를 확대해 채권 투자 수익률을 잠식할 수 있다.

시장이 우려하는 또 다른 측면은 최근의 랠리 장세의 강도와 기간 등의 문제로 어떤 채권을 보유할 가치가 있는지 알기 어렵게 됐다는 게 일부 투자자의 설명이다.

쿼드래틱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낸시 데이비스 CIO는 "당신은 시장을 보고 지금이 (투자에) 좋은 가치라고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WSJ은 "경기 낙관론이 급증하면 국채와 회사채 모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개선된 경기 전망은 안전한 국채와 안전한 기업의 회사채를 매도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찰스 슈왑 리서치 센터의 캐시 존스 채권 전략가는 "올해 채권 실적이 워낙 좋기 때문에 향후 수익률에 대한 기대는 누그러뜨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ywkwo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09시 0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