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글로벌 금융시장과 세계 경제가 미국 정치와 미 달러화로 움직이는 일종의 달러 순환 고리(feedback loop)에 갇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진단했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등 미국의 핵심 이슈가 시장에 혼란을 야기하고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인 달러로 내몰고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달러가 안전자산이라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릴수록 미국과 관련 위험과 불확실성에 대한 노출도는 더욱 커진다는 점이다.

무역 가중 미 달러지수는 9월 초 역대 최고치인 131.58까지 올랐으며 한 달이 지난 현재 131.34로 또다시 역대 최고치에 근접했다.







<무역 가중 달러지수 2010년 이후 추이>



달러가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것은 달러의 기축통화라는 자리 때문이다. 이는 세계 무역과 외환에서 달러를 압도적인 지위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만든 요인이다.

투자소식지 '더베어트랩스리포트'를 발간하는 로런스 맥도날드는 "달러가 모든 것의 중심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이 커질 때 달러로 몰려든다.

불확실성에 달러 자산이 부각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지금이 과거와 다른 점은 이러한 불확실성이 미국 자체에서 양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데이터 트랙 리서치의 니콜라스 콜라스 공동 창립자는 "올해 달러의 놀라운 강세는 '끝나지 않는 미·중 무역갈등으로 야기된 글로벌 리세션 공포'라는 우리가 모두 아는 이유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달러 강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발을 사는 동시에, 미국계 글로벌 기업들의 수익에 타격을 주며, 외국이나 글로벌 기업들의 달러화 부채 부담을 늘릴 수 있다. 또 외국 기업들의 수입 물가를 높여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다.

로런스 맥도날드는 외국 국가들의 달러화 부채 규모가 미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으로 다룰 수 없는 지점에 이르렀다며 "문제는 달러가 오를수록 글로벌 경제가 더욱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영란은행의 마크 카니 총재가 지난 8월 새로운 가상 기축통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카니 총재는 당시 잭슨홀에서 열린 총회에서 "세계 무역과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달러가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 외 정책입안자들이 인플레이션을 관리하고 금융 안전성을 보호하는 데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카니 총재는 글로벌 경제에 다수의 기축통화가 있어야 한다며 디지털 중앙은행 통화 망에서 가상 기축통화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카니 총재의 제안이 현실화하더라도 이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맥도날드는 미·중 무역 합의 불확실성, 트럼프의 탄핵 위험, 대통령 선거 등을 고려할 때 투자자들에게 미국 시장보다 해외 시장이 더 확실한 베팅이라며 "확실성(certainty)을 찾아 자본의 엄청난 이동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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