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협정'에 합의하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재협상 논의가 이뤄지는 가운데 글로벌 달러화가 약세 흐름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올해 들어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화의 가치를 높여온 대외 불확실성 요소가 해소되면서 달러화가 약세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15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은 글로벌 달러화가 중장기적 약세 구간에 진입했을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있다.

올해 달러-원을 '빅 피겨(큰 자릿수)'인 1,200원대 구간으로 끌어올린 미·중 무역갈등과 브렉시트, 위안화 약세 등이 해소될 조짐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류허 중국 부총리를 면담한 후 양국이 '상당한 1단계 무역협정'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부분적 사안만 다룬 '미니 딜'이지만 양국이 앞다투어 관세를 부과하던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는 벗어나며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되돌려 달러 약세 재료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영국은 오는 17~18일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앞두고 브렉시트 재협상 타결을 위한 집중적인 논의를 진행 중이다.

예정된 EU 정상회의 외에 이달 말 추가로 비상 정상회의를 개최해야 한다는 논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렉시트 상황이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다는 전망에 영국 파운드화 및 영 연방 통화가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해외 투자은행들의 관측도 이어진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영국이 브렉시트 시한 이전에 브렉시트 협상을 타결할 가능성이 60%라면서 타결 시 파운드의 가치는 1.30달러 수준까지 절상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미·중 '미니 딜' 타결에 따른 안도감으로 달러-원 환율이 1,180원대로 레벨을 낮춘 상황에서 글로벌 달러화가 추세적인 약세 구간에 진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협상의 내용이 충분하지는 않으나 시장 심리를 전환하는 데는 성공했고 연말까지 증시 호조 및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6개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한 달러화 지수도 99선을 터치한 후 소폭 하락 쪽으로 방향을 트는 모양새다.

게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와 재정증권 매입에 따른 시장 안정도 달러화에 약세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요소다.

한 은행의 딜러는 "글로벌 달러가 약세 쪽으로 점차 기울어질 전망이다"며 "달러인덱스에서도 일부 시그널이 나온 만큼 장기적인 약달러 진입 구간의 초기 단계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의 딜러도 "달러화가 추세적인 약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그간 안전자산인 달러의 지위를 강화해 온 무역 갈등에 따른 위험 회피 심리가 미국과 중국 간의 대화에 다소 안정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달러화가 소폭 약세를 나타낸다고 하더라도 의미 있는 수준의 약달러 추세를 보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달러화는 자체적인 요인보다는 영국 연방의 통화 강세에 따라 연말까지 상대적인 약세를 보일 수 있다"면서도 "다만 달러화지수가 현 수준에서 소폭 하락하더라도 실물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r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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