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달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계속 인하를 압박 중이고, 시장도 25bp 정도는 이미 가격에 반영 중이다. 미 연방기금(FF) 금리선물시장은 10월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을 73% 반영하고 있다. 관건은 그 이후 방향성이다. 뉴욕증시는 현재 미국 단기자금시장인 레포 시장의 불안전성과 경기 둔화 가능성 등을 빌미로 연준이 금리 인하에 이어 양적 완화(QE) 재개라는 카드도 꺼내기를 바라고 있다.



이와 달리,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최근 공개석상에서 내놓은 발언은 대통령과 시장의 장단에 맞추겠다는 고분고분한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 파월 의장은 이달 초 마리너 에클스 다큐멘터리 시사회에 참석해 "미국은 오늘날 정치 압력에 개의치 않고 장기적으로 경제에 가장 이익이 되는 결정을 할 수 있는 독립적인 중앙은행을 가졌다"며 "에클스가 다른 누구보다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에클스는 1934년부터 1948년까지 연준 의장으로 재직했다.



하루 뒤 전미실물경제협회(NABE)가 주최한 자리에서 파월은 폴 볼커 전 의장을 언급하면서 언제나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했다고 발언했다. 볼커는 1979년부터 1987년까지 재임 때 기준금리를 11%에서 20%로 높이는 고금리 정책을 펴면서 인플레이션을 잡고, 1980년대 미 경제가 새로운 도약을 맞는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당시 고금리로 기업 도산이 속출하고 빚더미에 앉은 농민이 트랙터를 몰고 워싱턴DC로 돌진하기도 해 연준이 백악관과 극심한 마찰을 빚기도 했다.



시장은 파월이 연준의 '자율성'을 강조하면서 트럼프의 압박에 정면돌파보다는 우회적 대응을 한 것으로 읽고 있다. 특히 파월은 최근 재정증권 매입을 통한 대차대조표 확대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런 행위를 과거의 QE와 혼동해서는 안 되며 단기금융시장 불안에 대응하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파월이 시장의 바람을 알면서도 QE는 과도하다는 선을 그은 셈이다. 파월의 발언은 호조를 보이는 고용 지표의 뒷받침을 받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실업률은 3.5%를 기록해, 1969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표 흐름이 계속 좋게 나온다면 시장도 QE에 대한 기대를 낮추어야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미래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게 문제다. 미 경기의 침체 가능성은 연준의 금리 인하와 고용 호조로 낮아지더라도 미·중 무역 합의와 대통령 탄핵, 대선이라는 블랙박스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최근 '맹탕'이라는 평가를 받는 미·중 무역 합의에는 지식재산권이나 환율 등의 근원적인 문제 해결이 없다.

 

 


<출처 : 엘리자베스 워런 홈페이지

설명 : 워런의 중산층 재건 공약 속에는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7만5천여 가족에서 거둔 부자 세금을 아이 돌봄과 대학 학자금 대출경감 등에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또 주택 공급에 대규모로 투자해 임대료를 10%가량 낮추고 15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도 편다.>



또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하면 뉴욕증시를 밀어 올렸던 정책이 뒤집힐 수 있다. 최근 민주당 대선 주자 중 가장 주목받는 엘리자베스 워런은 대기업 증세와 부유세를 제안한다. 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펼친 도드-프랭크법보다 가혹한 금융정책으로 월가를 압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손성원 미 로욜라 매리마운트대학 교수는 소비자들이 (지출에 대해) 신중하게 변할 것이 가장 큰 위험이라고 진단한다. 미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중요해지는 대목이다.

 

 

 

 

 

<출처 : 미국 미시간대

설명 : 소비자 태도 지표 중 지난 10년간 기대지수 추이, 회색 선이 월간 움직임, 파란 선이 3개월 이동평균선이다.>



(자산운용부장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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