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라임자산운용의 1조3천억원에 달하는 환매연기 사태로 금융투자업계의 메자닌 투자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건물 1층과 2층 사이의 라운지 공간을 의미하는 메자닌은 증시에서는 채권과 주식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어 중간정도의 위험을 보유한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일컫는 말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16일 메자닌은 혁신기업의 성장을 위한 좋은 자금조달 수단이지만 자금력이 달리는 부실기업의 일시적 재무상황 극복을 위한 자금조달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CB, BW 발행에 따른 기존 소액주주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CB, BW는 채권의 형태로 발행되지만 주가 상승장에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어 코스닥 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각광을 받았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기업이 망하지만 않으면 이자를 따박따박 받다가, 주식으로 전환해 이익을 볼 수도 있기에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이번 라임운용의 환매연기 사태에서 펀드에 편입된 CB나 BW의 경우 환매 요구가 있어도 제때 팔아서 유동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 불거지면서 메자닌 투자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한계기업의 경우 자금 회수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함께 코스닥 열풍에 무분별하게 CB, BW를 발행한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운용사들의 전환가 조정이 이어질 경우 기존 주주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메자닌이 부실기업의 자금조달 수준으로 전락하면서 '전환가 조정'이 악용되고 있다"며 "이는 주가가 빠지면 주식 전환가격을 조정해주겠다는 규정이지만 대주주는 전환가 조정을 이유로 좀 더 낮은 금리로 CB나 BW를 발행하고, 운용사를 비롯한 투자자는 주가가 떨어져도 발행주식 수가 늘어나므로 꿩 먹고 알 먹는 게임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환가 조정은 해당 CB나 BW에 투자한 운용사와 대주주에게는 좋지만 당초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소액주주들은 주가 하락 시 큰 손실을 볼 수 있는 도구"라며 "대주주와 운용사 둘만의 잔치가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코스닥 활성화 정책으로 코스닥 기업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면서 자금이 들어오자 CB, BW 발행이 이어졌다. 지난해 1년간 발행된 CB에만 약 4조원의 돈이 몰렸다.

적자를 메우기 위한 목적으로 CB, BW를 발행한 기업은 코스닥시장이 불안해지거나 경영상태가 안 좋아지면 주가가 급락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운용사가 전환가 조정 규정으로 낮은 가격에 주식으로 전환하면 주식 물량이 늘면서, 매도 물량도 많아진다. 소액주주들은 손실이 불가피해진다.

이 대표는 "대주주와 투자한 운용사만 이익을 보고, 기타 주주들은 피해를 보게 되는 무분별한 전환가 조정은 규제가 필요한 대목"이라며 "정상적인 혁신 기업은 전환가 조정 조항을 두지 않아도 CB, BW 발행 이후 주가 하락을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1년간 CB, BW를 발행한 코스닥 기업의 대부분은 전환가 조정 규정을 두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CB, BW에 투자할 때 주가가 오르면 오른 가격에, 내리면 내린 가격에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당연한 요구일 수 있다"며 "하지만 액면가 이하 주식 전환가 조정까지 가능한지는 투자자들이 관심 있게 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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