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환상적인 합의", "최대 규모의 계약"이라고 추켜세운 1단계 무역 합의에는 어떤 내용이 담길까.

미국과 중국 양측은 원칙적 합의를 이루고 합의문 작성에 3~5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차 합의안에 담길 내용에는 중국의 농산물 수입, 관세 보류, 중국의 시장 개방, 지식재산권 보호, 환율 관리에 대한 규정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지난 1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매년 400억~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해당 목표액은 협정이 제정되면 이듬해에 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농업국 자료에 따르면 중국으로의 미 농산물 수출액은 2016년 역대 최고인 255억달러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이후 무역전쟁으로 2017년 243억달러, 2018년 134억달러로 크게 줄어들었다.

미국은 500억달러 규모가 구체적으로 어떤 농산물인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으나 애널리스트들은 미국이 500억달러 규모까지 중국에 내다 팔 농산물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트럼프도 이러한 사실을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큰 규모를 생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라면서도 "우리 농부들은 알아낼 거다. 고맙다. 중국"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사육 돼지의 40%를 잃어 해외에서 돼지 수입을 물색하고 있는 만큼 미국에서 돼지 수입을 늘릴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미국 당국자들은 양측이 수입 식품안전점검 속도를 높이는 문제나 유전자변형식품 승인 등도 논의해왔다고 전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미국 농산물 구매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언급해 농산물 수입과 관련한 트럼프의 발언을 확인해줬다.

중국은 농산물 수입을 늘리는 대가로 10월 15일로 예정됐던 2천500억달러어치의 중국 상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 인상 조치를 보류시켰다.

미국 당국자들은 협상이 잘 진행될 경우 12월 15일 예정된 1천6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15%의 관세 부과 계획도 철회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외에도 미국은 3천6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있고, 중국은 1천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이를 완전히 되돌리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에 따르면 중국은 이번 협상에서 미국 금융기업에 대해 자국 시장을 더욱 개방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미 중국은 미국의 압박으로 지난 2년간 은행과 금융서비스 부문에 대한 외국인 소유 지분 철폐나 지분 한도 상향 등과 같은 조치를 내놨다.

중국 국무원은 전날에는 외국인 자본 100%로 이뤄진 은행 설립을 허용하는 조례안을 발표해 곧바로 발효했다.

중국은 작년 6월 외국인 투자 네거티브 리스트를 발표하면서 은행업 전면 개방을 비롯해 증권·보험·펀드·선물·신용평가 등 금융 부문 시장 개방을 선언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미 역내 기업들의 금융시장 입지가 확고해질 때까지 시장 개방을 미뤄온 만큼 미국 기업들이 이번 시장 개방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1단계 합의에서 지식재산권 보호와 기술 이전과 같은 사안도 포함되고, 일부 추가적인 사안은 추가 단계에서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일부 지식재산권 보호와 기술 이전 문제가 1단계 합의에서 포함될 것이라는 얘기다.

당국자들은 이번 협상에는 저작권과 특허 부문에서 권리를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언급했다.

중국 협상단은 외국인투자법이 올해 자국에서 의결된 점을 언급,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우려가 제거됐다고 주장해왔다. 해당 법은 중국이 역내와 외국 기업을 동등하게 대우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나 세부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세부적인 이행 규정은 내년 1월에나 나올 예정이다.

따라서 이번 1단계 합의안에 중국의 지식재산권 보호와 관련한 이행 규정이 어디까지 구체화할지 주목된다.

마지막으로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중국의 환율시장 개입과 관련해서도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동안 외신들은 양측이 중국의 환율조작과 관련해 합의안이 나올 것으로 전망해왔다.

합의 내용을 브리핑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환율조항은 트럼프 행정부가 앞서 캐나다, 멕시코와 합의한 새 무역협정에 담긴 내용과 유사하며, 2016년 2월 상하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중국이 약속한 내용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내용은 모두 각국은 자국의 무역 이익을 위해 통화가치를 절하하지 않으며, 만약 대규모로 통화를 사고파는 개입에 나설 경우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제 중국이 개입에 나서더라도 정확한 정보가 공개될지에 의문을 표시했다. 국유은행을 통한 눈에 띄지 않는 개입이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안에서 중요한 부문 중 하나는 이행 메커니즘이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이 약속한 것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이행 과정을 협정문에 담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행 과정에 대한 이견으로 지난 5월 합의가 철회된 경험이 있는 만큼 마지막까지 합의를 낙관하기도 쉽지 않다.

더구나 중국의 국유기업에 대한 보조금 등 미국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구조적 이슈 등도 다음 단계에서 해결해야할 과제로 남겨둔 상태다.

미 상원금융위원회 소속 론 와이든(민주당) 의원은 "서면으로 작성되지 않은 합의는 진짜 합의가 아니다"라며 트럼프의 합의 발표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 바 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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