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사모펀드가 여러 가지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사모펀드에서 업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던 라임자산운용은 연거푸 환매 중단을 발표해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환매가 중단된 펀드 중 일부는 개방형 펀드여서 업계에선 놀라운 기색이 역력하다. 웬만해선 일어날 수 없는 흔치 않은 일이라는 것이다.

라임자산운용은 지난 14일 긴급 기자회견까지 열어 관련 내용을 설명했으나 다른 펀드는 안전할지, 추가적인 환매중단은 없을지 등 각종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모펀드에서 일어난 사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KB증권이 판매한 것으로 알려진 JB자산운용의 호주 부동산 사모펀드는 해외 부동산 대출 관련 계약 위반에 휘말렸다.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돼 9월 초부터 회수 절차에 들어갔으나 아직도 15%는 회수하지 못했다.

정치권을 뒤흔든 조국 법무부 장관의 각종 의혹 중에도 사모펀드가 자리하고 있다. 조 장관 가족이 투자한 코링크PE는 자금 모집과 운영과정의 불투명성이 문제되고 있다. 이 펀드의 실질적 대표로 알려진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는 허위 공시와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깡통 계좌로 전락한 독일 국채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이나 독일 부동산 사모 파생결합증권(DLS) 사태 등도 사모펀드가 결부돼 있다.

사모펀드 사고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2015년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한 것에서 시작된다. 한국형 헤지펀드를 육성한다는 명분으로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사모펀드의 몸집은 크게 불어났다. 그 과정에서 고수익과 외형성장을 추구하다 보니 무리한 투자를 하게 되고, 이를 감독해야 할 당국은 뒷짐 지고 구경만 하고 있던 꼴이 된 것이다. 특유의 비밀주의가 있는 사모펀드는 특성상 사고의 낌새를 미리 알아챌 수 없는 구조인데, 최근 잇따라 부실 운용 사례가 드러나면서 그 구조적 결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늘 그렇듯이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애꿎은 투자자만 또다시 눈물 흘리게 됐다. 감독 당국은 뒤늦게 규제강화를 얘기한다. 사후약방문일 뿐이다. 규제 완화를 요구하던 증권, 운용업계는 머쓱하게 됐다. 업계의 자율성이 침해돼 자본시장 발전이 안 된다고 주장했던 말들은 허언이 됐다. 사모펀드가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젖줄 역할을 한다는 이른바 순기능론은 입에 올리기도 부끄러운 상황이다.

대신 '무질서의 온상' '수익률 뻥튀기' '고양이에게 생선 맡겼다'는 비아냥거림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됐다. 자본시장 종사자들이 언제까지 이런 말을 들어야하는지 안타까운 마음이다. 규제 완화의 결과가 고작 이건가하는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자본시장부장 이장원)

jang73@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9시 03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