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년 만에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로 내렸지만, 우리나라 자금중개를 담당하는 은행권은 전략변화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정부의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로 영업적인 제한이 많고 새 예대율 등 건전성 부문에서 챙겨야 할 이슈들이 겹친 영향으로 풀이됐다.

17일 연합인포맥스의 채권 시가평가 일별 추이(화면번호 4789)를 보면 전일 1년 만기 은행채(AAA 등급)의 민간 신용평가사 평균 금리는 연 1.402%를 기록했다.

금융위가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하했지만, 은행의 자금조달 주요 기준인 은행채 1년물 금리는 전일 1.1bp 내리는 데 그쳤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오히려 3.9bp가 상승했다.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제한되자 3년 4개월 만에 사상 최저 기준금리(1.25%)에 대처하는 은행들도 무덤덤한 모습이다. 시장금리에 대폭 변화가 없다면 예대금리차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은행의 관계자는 "고객들이 시장금리 움직임에 정통하지 않더라도 금통위가 금리를 내렸기 때문에 기대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며 "대출금리 문의가 새로 들어오더라도 신용등급이 높지 않으면 금리 변화를 체감하지 못해 내년까지 기다려보시라는 답변도 창구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증가율을 상당히 세밀하게 관리해 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리자는 얘기도 나오지 않는다"며 "프라이빗뱅커(PB) 쪽에서는 자금이 또 움직일 시기라고 보고 관련 회의를 많이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저금리 기조에서 불어난 가계대출의 리스크를 줄이고자 연간 5%대의 증가율을 넘지 않도록 은행권에 당부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가계부채 규모는 전년동기 대비 4.3% 증가했다. 금융당국이 매월 업권·금융사별 모니터링을 시행해 대출 활로에 제약이 따른다.

기존의 기준금리 인하와 비교해 사상 최저치의 시기적인 특징이 있다고도 업계에서는 분석했다. 새로운 예금 대비 대출금 비율 등 챙겨야 할 요인이 복합적인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지난 2016년 6월에 기준금리를 내릴 때는 1.25%를 처음 터치하는 의미도 컸고 하반기가 남아 목표 수정 등도 용이했다"며 "지금은 미중 무역 분쟁 등 추가 이슈 등을 지켜보며 내년 전략에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년부터 가계대출에 대한 예대율 가중치가 올라가고 기업대출은 내려가는 등의 규제 변화가 예정됐다"며 "일본과의 경제적 대치가 여전하고 4차산업 육성, 중소기업 일자리 회복 등이 규제와 맞물려 은행권이 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고 전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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